김석주 편집부국장 겸 서부지사장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다.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다. 아기가 태어나면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을 쳤다. 아이가 자라면 솔방울을 갖고 놀았고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부족한 봄엔 소나무 껍질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죽어선 소나무 관속에 들어가 흙속에 묻혔다. 최근에는 건축재료 보다는 조경용 또는 휴양림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나무는 곧 우리의 삶이고 문화였다. 소나무는 산림청이 10년마다 실시하는 의식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30여년 동안 뽑혔다.

소나무는 애국가의 2절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에서 보듯 민족의 기상을 고취하는 나무로 인식돼 왔다. 사시사철 푸르른 잎과 강인한 인상을 주는 줄기 때문에 대나무와 함께 송죽지절(松竹之節:변하지 않는 절개)을 상징하거나 송교지수(松喬之壽:인품이 뛰어나고 오래 사는 사람)를 가리키기도 한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가 제주에 귀양 와서 그린 세한도(歲寒圖)는 지고한 선비정신을 함축한 조선시대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차디찬 겨울, 흰 눈 속에서도 꿋꿋하게 하늘로 치솟아 있는 소나무의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6월 타계한 우성(宇城) 변시지 화백은 풍토성에 대한 감성이 뛰어난 예술가로 꼽힌다. '절대고독과 광풍(光風)의 작가'인 그는 <폭풍의 바다>시리즈와 <대화>, <까마귀 울 때> 등 작품에서 제주의 해송을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충북 보은 속리산의 정이품송이다. 정이품은 오늘날의 장관에 해당하는 높은 벼슬이다. 제주지역에는 수령 500~600년된 소나무 8그루가 있는 산천단 곰솔군이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돼 있다. 키 12.5m에 가지를 24m나 넓게 펼친 수령 400년 정도된 애월읍 수산리 곰솔은 천연기념물 제441호로 지정돼 국가차원에서 보호받고 있다.

이런 소나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와 병충해가 주 요인이다. 무엇보다 재선충병 확산이 소나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금정산 소나무림에서 처음 발견됐다. 정부는 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2005년 5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듬해 9월 이 법을 개정하면서 개정 이유의 첫 머리에 "소나무 재선충병은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조기에 피해 나무를 발견하여 방제작업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힐 정도다.

제주지역은 2004년 제주시 오라동에서 처음 발생했다. 재선충병의 위험성이 알려진 터여서 이때만 하더라도 행정당국은 도민들의 신고 당부와 재선충병 의심 소나무에 대한 벌목과 훈증 처리 등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행정당국이 방제에 소홀한 사이 제주지역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주지역 고사목은 2010년 5752그루, 2011년 9567그루, 지난해 1만8261그루이며 올해는 3만5000그루로 급증했다. 산림청은 올해 전체 고사목의 25%인 8750그루가 재선충병에 의해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빈틈없는 방제 대책을 추진하지 못한 제주도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항공방제만 하더라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4500㏊ 정도를 유지하다 지난해와 올해 450㏊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나무주사 방제면적도 2009년 293㏊에서 지난해 140㏊, 올해 50㏊에 그치는 등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이 강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 한국 소나무 숲의 미래는 계속 쇠퇴할 것이라며 소나무는 산에 심기보다는 조경수·관상수로 이용하고 대신 낙엽수 등 대체 수종 조림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재선충병 방제에 손을 놓아선 안된다. 우선 재선충을 실어 나르는 솔수염하늘소의 우화(부화)시기전인 내년 4월까지 모든 고사목을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제역 차단 방역 때처럼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의 이동을 철저히 막는 조치도 필요하다. 위기에 처한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도민적 경각심과 방지 캠페인도 필요하다. 소나무가 없는 한라산과 오름, 곶자왈, 마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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