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어린이재단 공동기획, 단비] 31. 가수 꿈꾸는 민주

   
 
  ▲ 가수가 꿈인 민주가 TV 음악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
허름한 집 겨울이 걱정
"손녀 고생 마음 아파"
 
올해 13살 민주(여·가명)에게 추석 명절은 '할머니와 단둘이'라는 상황이 두드러지는 시간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고 음식도 같이 먹는 추석의 따뜻함은 민주는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부모의 빈자리'만 더욱 커지는 명절 분위기가 반갑지 않은 민주를 보며 할머니는 가슴이 미어진다.
 
민주는 할머니 손에서 컸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품은 고사하고 얼굴 한번 보지 못한채 할머니만을 의지하며 자랐다.
 
민주가 태어날 당시 아버지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으며, 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충격을 견디다 못해 민주만을 남긴 채 연락이 두절됐다.
 
100일도 안된 갓난 민주를 업어 할머니는 시장에 나가 어묵을 팔며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가정형편은 더욱 어려워졌고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런 민주 어머니의 소식도 민주와 할머니를 괴롭혔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나머지 잘못된 행동으로 민주 어머니는 사회와 분리된 상태이며, 민주 어머니가 남긴 빚을 갚느라 경제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현재 민주와 할머니는 낡고 좁은 슬레이트 집에 살고 있으며, 외풍이 심해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집 밖에 있는 허름한 화장실은 사춘기에 접어든 민주가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불편하다.
 
민주는 고생하는 할머니에게 효도하고 싶은 마음에 가수 꿈을 갖고 있다. 평상시에도 할머니에게 다가와 노래와 춤을 추며 일에 지친 할머니를 위로하곤 한다.
 
하지만 생일이나 명절때 들리는 민주의 노래만큼은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노래를 부르면 외롭지 않아요". 민주의 말이 할머니의 귓가를 맴돌기 때문이다.
 
민주 할머니는 "어린 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고생을 하는지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민주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어 너무 미안하고 앞날이 막막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후원 및 재능기부 문의=753-3703(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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