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철 사회부장

출출할 때 밥 대신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라면이다. 냄비에 물을 놓고 면을 넣어 끓이면 되는 간단한 조리법이 라면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라면만큼 좋은 음식도 드물다. 우리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통계에서 보듯 국가별 연 소비량은 중국이 1등이지만 1인당 소비량은 우리가 단연 1등이다. 일주일에 1개 이상씩 라면을 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인이 라면사랑은 그야말로 중독수준이다. 한국의 라면이 글로벌 상품이 된지도 오래다. 라면으로만 연 2억달러 이상씩 수출되고 있으니 어찌보면 대한민국 수출 효자상품이기도 하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도 라면은 빠지지 않는다. 가방속에 라면과 김치를 챙겨야 해외여행의 준비가 끝났다고 하는 말이 나올 정도니 라면의 맛은 곧 고국의 맛과 향수로 통한다. 이쯤되면 '라면없이는 못 살아'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현대식 라면의 시작은 1958년 일본 닛신식품이 선보인 '치킨라멘'이다. 국내에는 1963년 삼양식품이 일본 묘조식품과 제휴해 닭고기 국물로 맛을 낸 '삼양라면'을 만들면서 최초로 도입됐다. 지금과 달리 도입초기에는 밥을 최고로 치던 시절이라 라면에 대한 반응이 시들했다. 하지만 조리의 간편함과 특유의 맛으로 점차 수요를 넓혀갔다. 라면의 수요가 점차 늘자 라면시장도 독주체제에서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1980년대 중반까지 삼양이 독보적인 위치로 라면시장을 이끌었으나 농심이 신라면 등 히트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라면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상품의 상식을 깨는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신제품 개발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라면시장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하얀국물 라면이 출시되는가 하면 빨간 국물에 매운맛을 더한 화끈한 매운맛 라면 등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어떤 라면이 출시돼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도 궁금하다.

대한민국 대표 음식인 라면을 둘러싼 업체간 전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수십년 이어오던 1위 점유율이 한 순간에 다른 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보면 언제 새로운 라면의 절대강자가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절대강자들이 많아야 소비자들의 입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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