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포커스 / 도입 15년 감귤 품질기준제, 논란 뜨겁다

▲ 제주특별자치도가 '노지감귤 국내 수요 및 품질 기준 재설정' 용역을 진행, 내년 5월 완료될 예정인 가운데 감귤 1번과 상품 허용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등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진은 도내 모 선과장에서 드럼식 선과기로 크기에 따라 감귤을 선별하고 있는 모습.
'시장선호·단속 한계' '과잉 출하·유통 혼란' 이견
도내 농가 66% 찬성…소비자들은 '관심 밖' 사항
이득·손실 면밀검토 주문…고품질화 지적도 제기
 
감귤 1번과(횡경 46~51㎜) 상품화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감귤출하연합회·생산자 등은 2008년부터 소비자 선호 등을 이유로 1번과 상품출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행정에서는 과잉공급 등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노지감귤 적정 출하와 가격 추정을 토대로 농가수취가격 증감·품질 기준 적정성 에 대한 분석 필요성이 제기된다.
 
△ 1번과 상품화 논란 왜?
 
감귤 1번과 상품화 허용 요구는 최근 소비시장에서 소과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중심과가 이동하면서 제기됐다.
 
이는 도매 시장 감귤 경락가격에서도 나타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감귤출하연합회 등에 따르면 2004년~2012년산 노지감귤 규격별 경락가격은 2번(46~51㎜)~8번(67~70㎜)과 가운데 4번(57~58㎜)과가 10㎏당 평균 1만4767원으로 가장 높았다. 또 3(55~56㎜)~5번(59~60㎜)과 등 소과의 평균 경락가격이 10㎏당 1만4311원으로 7번(63~66㎜)~8번과 등 대과의 평균가격(9400원)보다 높았다.
 
노지 감귤에 대한 소과 선호도는 2010년산부터 급격하게 높아졌다. 2009년산까지 경락가격은 4번과·5번과·3번과 순을 유지했다. 2010년산부터 2012년산까지 최근 3년간은 3번과 경락가격이 5번과 경락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등 소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최근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감귤출하연합회는 2008년과 2010년에 잇따라 감귤 1번과 상품 출하 허용을 제주도에 건의, 논란이 불거졌다.
 
△ 농가 66% '찬성'
 
감귤 1번과 상품 출하 허용에 대해 도내 감귤 농가 사이에서는 찬성 비율이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류상모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7일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감귤품질기준 재설정 및 상품화 방안'정책토론회에서 '노지감귤 국내수요 및 품질기준 재설정 연구'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5월1~31일 도내 감귤생산농가 2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번과 출하 허용에 대해 매우 찬성 26.4%·찬성 40.2% 등 긍정적인 입장이 66.6%로 조사됐다. 또 반대 19.1%매우 반대 4.9% 등 부정적 입장은 24.0%로 나타났다. 나머지 9.4%는 '모름'이라고 응답했다.
 
1번과 출하 허용 이유로는 1번과 출하 허용 이유로는 △소비자 선호도 높음(26.5%) △농가 소득 증가(22.5%) △상품성이 높다(22.5%) △규제의 실효성 없음(20.5%) △중간 유통업체 및 상인 부당이익(2.6%) 등으로 답했다.
 
이와 함께 1번과 출하 허용 시행방법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조례 및 유통명령조절제 개정(47.5%)·품질기준 재설정(27.4%)을 꼽았다.
 
△ "가격하락 우려" 반대
 
감귤 1번과 출하 허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적잖다.
 
1번과 출하금지 이유로는 △감귤가격 하락(35.2%) △과잉출하(20.4%) △상품성 저하(16.7%) △농가소득 감소(14.8%) △유통질서 혼란(5.6%) △산지 유통인만 이득(3.7%) 등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생산자들은 1번과 출하로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하락과 소득감소를 우려했다.
 
실제 과잉 생산됐던 2001년(64만4731t)·2002년(64만2000t)의 농가당 조수입은 각각 996만원·902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3년 감귤유통명령제와 2004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및 시행규칙 개정으로 상품과가 2번~8번과로 규정된 이후 2007년을 제외하면 매년 농가당 평균 조수입이 1926만원~21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1년은 2480만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류상모 선임연구원은 1번과가 시장에서 완전격리된 것을 전제로, 1번과가 2번과 수준의 가격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2011년산 노지감귤 조수입(4323억원) 기준 177억원~346억원의 조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 이득·손해 검토 필요
 
이처럼 감귤 1번과 상품화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관심 밖'의 상황이다.
 
'작은 감귤이 달고 맛있다'라는 정도만 인식하고 있을 뿐, 2~8번과에 대한 규격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또한 최근 소비자들이 크기보다는 맛·신선도를 위주로 감귤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1번과 상품 허용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소모적인 1번과 유통허용에 대한 논쟁보다는 1번과 출하 허용에 따른 이득과 손실, 노지감귤 적정생산량 및 상품출하량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현행 11단계(0번~10번과)에 이르는 노지감귤 품질규격을 농산물 품질규격 기준(2S·S·M·L·2L)의 5단계로 재설정하는 등의 변화도 요구된다.
 
또한 비파괴 선과기 도입 확대 등 고품질 감귤 생산을 선별 출하, 브랜드화를 통한 가격 높이기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강승남 기자
 
인터뷰 / 현우범 제주도의회 의원
 
"감귤 품질 기준이 생산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현우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시장에서 1번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고, 선호하고 있다"며 "1번과 상품화를 놓고 도내에서 논쟁을 벌이는 것은 불필요하며,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의원은 "지난해산 비상품 감귤 15만4000t이 생산됐지만, 이 가운데 가공용으로 수매된 물량은 5만5000여t에 불과, 나머지 9만9000t은 흔적이 없다"며 "결국 적잖은 비상품 감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현 의원은 "현 제도상으로 감귤유통조례는 제주지역에만 한정됐고, 품질관리법에 의한 기준에는 비상품이라는 개념이 없다"며 "결국 도매시장에 1번과가 출하돼도 출하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가능하지만 유통을 막을 수는 없는 유통차단을 위한 행정의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품질(맛)이 좋으면 소비자들은 크기에 관계없이 선택할 것"이라며 "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생산자들이 맞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1번과가 유통되면 공급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될 것이라는 주장은 현재 1번과가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결론"이라며 "1번과 논쟁으로 시장·소비자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감귤은 외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
 

인터뷰 / 고복수 도 농축산식품국장
 
"감귤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고품질화 정책 추진에 주력하겠다"
 
고복수 제주특별자치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도에서 감귤품질 규격 재설정·적정 생산량 등 감귤 유통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노지감귤 국내 수요 및 품질기준 재설정'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5월 용역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농가·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 품질 기준 재설정 및 감귤 고품질화 정책 등 감귤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 국장은 "올해 산 노지감귤 출하시기를 앞두고 당장 올해부터 1번과를 상품화하자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라며 "준비 없이 1번과 출하를 허용한다면 소비자·시장 혼란과 가격 하락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03년·2004년에 폐원한 2900㏊에 감귤이 재식재될 경우 12만t이 더 생산, 공급과잉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적정생산량 유지 측면에서도 1번과 유통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국장은 "유통명령제 시행 시 감귤농가 93%가 찬성했다"며 "결국 1번과 상품화는 감귤을 살리자고 하면서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했던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고 국장은 또한 "결국 감귤 품질 기준 설정은 장기적 추진 과제"라며 "우선 비상품 유통 근절을 강화하고 비파괴 선과기를 통한 선별로 고품질 감귤의 브랜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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