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부국장 겸 서부지사장

   
 
     
 
오늘(2일)부터 6일까지 제주도 제주시 탑동광장을 중심으로 서귀포 지역 등지에서 큰 축제가 펼쳐진다. '탐라인의 삶, 제주문화 중흥시대'를 주제어로 내건 제주유일의 전통문화축전이기도 한 탐라문화제다. 탐라문화제는 전국 3대 문화축제로 꼽히지만 정작 도내에서의 평가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어느덧 50회를 넘어 섰으나 횟수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원숙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제는 주로 문화와 관련한 일정한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문예 공연이나 문화 행사들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한자리에서 벌이는 일종의 축제를 일컫는다. 탐라문화제도 이같은 문화제의 취지에 맞게 계승·발전시키며 어느덧 올해 52번째를 맞았다. 그러나 축제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무엇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탐라문화제는 1962년 예총제주도지부의 발족과 함께 5월 17·18일 치러진 제1회 제주예술제에서 시작했다. 제주예술제는 종합예술제 성격이었으나 3년 만에 막을 내리고 1965년 한라문화제로 명칭을 바꾸었다. 2002년부터는 탐라문화제로 명칭을 다시 변경해 오늘에 이르렀다. 탐라문화제는 초기 종합예술제에서 1970년대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반영됐던 시기를 거쳐 1980년대 향토성 짙은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구체화됐다. 사라졌던 제주의 원형문화와 무형문화재, 민속예술을 복원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1990년대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제주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탐라문화제도 전통문화 정체성 확립에 주력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11년 제50회 탐라문화제는 제주 대표 문화 축제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한국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제50회 탐라문화제 집행위원회는 '50회'라는 기념비적 숫자에 맞춰 풍성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시도들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행정적 지원은 일부에 그치며 민간 주도 축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과제를 남겼다. 반전을 시도한 50회를 넘어 진일보한 축제가 돼야 할 지난해 제51회 탐라문화제는 2012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와 연계한 탐라대전과 같이 열리면서 위상과 정체성 마저 흔들렸다. 자연보전총회 기간에 맞춰 축제 일정을 9월 13~19일 7일간으로 잡았으나 16일 태풍 '산바'의 내습으로 3일반만 소화한 채 '반쪽 짜리' 축제로 끝났다.

올해 탐라문화제는 지난해 탐라대전으로 잠시 주춤했던 명맥을 되살리는 기회다. 주최측과 주관측도 이같은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축제의 목표와 내용을 보다 선명히 드러나도록 했다. 규모도 제50회의 6개 축전에서 7개 축전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특장화'를 선언하며 올해 새로 만든 제주원형문화축제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연간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은 제주에 제대로 된 축제가 없다고 한다. 문화관광부의 2013년 대한민국 대표 축제 선정에서도 제주지역은 제주들불축제 단 1개만이 최하등급인 유망축제에 뽑혔을 뿐이다. 탐라문화제는 50회를 넘긴 역사와 제주미래의 무형자본이다. 제주신화와 전설, 민속예술과 농업문화, 무형문화재와 예술문화축제 등 제주인의 삶과 문화를 녹여내는 탐라문화제는 충분히 대표축제로 육성할 만하다. 대표축제는 도민들의 참여가 우선돼야 한다. 올해 탐라문화제 기간은 개천절과 주말이 끼어있다. 나들이 하기 좋은 10월 축제 현장을 찾아서 보고 즐기자.

탐라문화제는 그동안 명칭이 변경되고 축제 내용과 형식을 달리해 왔으나 50년을 넘길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탐라문화제를 주최하는 한국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는 이제는 해묵은 숙제인 도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유인력 부족과 정체성 미흡에 대한 지적을 해결해야 한다. 50회를 넘겼으나 원숙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탐라문화제를 대표축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탐라문화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지자체 등 관련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와 업무분장이 필요하다. 행정기관은 지난해 실패한 탐라대전에 미련을 갖기보다 탐라문화제를 어떻게 하면 더욱 발전시킬지 책임감 있는 지원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