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포커스 / 협동조합, 서민경제 살린다

▲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9월말 현재 제주지역에서는 다양한 유형·업종의 협동조합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직원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된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의 마트 내부. 강승남 기자
'직원 아닌 모두가 주인' 인식…책임감 높아
출자규모 무관하게 '1인 1표' 방식으로 운영
 
△ 고용 창출·취약계층 지원
 
필리핀 출신의 이주여성인 록산씨(26)의 출근길은 전보다 무척 가볍다. 기존 직장보다 근무환경도 개선됐고 급여도 적잖게 올랐기 때문이다. 근무시간도 줄어들어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났다.
 
특히 이전에는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몰라 '속앓이'가 심했지만 지금은 정규직으로 채용돼 그런 걱정도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전국 최초로 직원(노동자)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록산씨는 "처음에는 협동조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걱정이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교육을 통해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되니 '직원이 아닌 주인'이라는 책임감으로 전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복나눔마트는 매장규모가 890㎡인 중소마트다. 일반 마트와 다른 점은 직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점이다.
 
지난 2월24일 발기인 총회를 거쳐 조합이 결성됐고 3월 기존에 운영 중인 마트를 인수, 4월1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기존 마트 직원을 포함, 조합원 21명 가운데 16명이 마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일반 마트와 달리 모두가 '주인'이다 보니 업무 능률도 높다.
 
때문에 매출은 인수 전 1일 평균 900만원에서 지금은 1100만원으로 20% 정도 신장됐다. 게다가 인수 전 마트 직원을 전원 고용승계하고 근무시간을 줄여 5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는 등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에는 이어도 자활 반찬사업단인 '맛드림' 매장을 개설, 취약계층의 자활근로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은 올해 말까지 일 매출 1500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마트매출확대 및 2호점 개점에 따른 추가인력 모집 시 취약계층을 우선 직원조합원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이경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사장은 "마트운영은 행복나눔 제주공동체 조성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경제·지역·교육·문화·의료·복지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협동조합 설립 '붐'
 
협동조합은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고 힘을 한데 모아 조합원들의 실익 증진과 지역사회기여를 위해 만들어진 경제조직이다.
 
조합원들이 공동출자하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는 달리 출자규모와 무관하게 '1인 1표'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주식회사와 비교, 납입 출자액에 대한 배당 제한, 잉여금의 10% 이상 법정적립금 조성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도 공헌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경기침체를 뚫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처럼 서민경제·지역공동체 활성화 방안으로 협동조합이 부상되면서 제주에서도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도내에서는 31곳의 협동조합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지난 1월30일 월평도시골협동조합(대표 오경식)을 시작으로 3월에만 언니네텃밭우영협동조합(대표 추미숙)·한국말산업협동조합(대표 김덕문) 등 협동조합 8곳이 설립됐다.
 
유형별로는 사업자 17곳, 소비자 10곳, 직원 3곳, 생산자 1곳이다. 또한 숙박 및 음식점업·농업·제조업·부동산업·임대업·사업시설관리업·도매 및 소매업·자동차정비업 등 업종도 다양하다.
 
관광분야에서도 제주자유여행업협동조합(대표 이화금)·제주관광직거래협동조합(대표 고승익) 등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제주지역은 1·3차 산업 중심의 지역경제 특성상 농·수·축산업이나 자영업 종사자들이 협동조합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회적기업 및 마을기업과 연계한 협동조합과 대리운전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협동조합 설립도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이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와 사회복지 사업 활성화 등 지역 경제·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주지역 특성에 맞는 성공적인 협동조합 모델을 구축, 실천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강승남 기자

인터뷰 / 이경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사장

이경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사장은 "직원 모두가 조합을 함께 소유·관리하며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행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가 설립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간 소통과 합의한 의한 조합운영을 통해 신뢰를 쌓아 나아가 한다"며 "무엇보다 공동목표 단계별로 실현시켜 나감으로써 조합원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아직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기적은 조합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자발적 헌신이 요구되는 만큼 참여가 부족해도 권리는 보장된다는 왜곡된 인식 등을 극복하는 것은 과제"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혼자사는 노인 집수리 봉사, 취약계층 양곡지원 등 지역사회와의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배당 가능한 수익의 2/3를 취약계층 직접 지원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운영 초기이기 때문에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경영이 개선되고 있다"며 "행복나눔마트가 제주와 함께 성장하고 도민과 행복을 나누는 마트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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