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수저수지는 철새도래지다. 특히 해질무렵 철새들이 하늘을 날아오르며 펼치는 군무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용수저수지·왕자케물(한경면 용수리)

 가을걷이가 끝나고 서리마저 내려앉은 논길을 가로질러 용수저수지로 간다.지금 이곳에선 갈대·부들 군락이 제방 너머의 세상을 한치라도 더 멀리 보기 위해 키재기 다툼이 한창이다.

 한경면 용수저수지는 국도 12호선 용수마을 입구에서 북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 700m가량 올라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1957년에 축조된 것으로 ‘병둔(兵屯)물’(‘병뒷물’‘벵듸물’이라고도 한다)이 근간이 됐다.면적은 13만7000㎡이며 약 25만2000톤의 물을 가둘 수 있다.

 이 저수지는 수산저수지나 광령저수지와 달리 근래에도 왕자케물 지경을 비롯, 주변 논에 물을 대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경제성을 잃은 탓에 논농사를 때려 치운 것과 달리 이 일대는 논농사가 아직까지 주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용수저수지는 철새도래지다.이곳에는 어김없는 자연의 섭리가 있다.농작물에 피해를 줘 여간 반갑잖은 손님인 데도 철새가 먹을 이삭거리를 남겨둔 농부들의 인심이 훈훈하게 느껴진다.

 이곳에는 뜸부기과의 쇠물닭을 비롯해 논병아리(논병아리과)·쇠백로·왜가리(이상 왜가리과) 등이 날아든다.오리 종류만도 흰뺨검둥오리·홍머리오리·청둥오리·쇠오리·안락오리·흰죽지 6개 종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장다리물떼새가 렌즈에 잡히기도 했다. 

 용수저수지의 동·남·북 방향에 있는 소나무 숲과 수심이 낮은 동북쪽의 갈대·부들군락은 철새들의 안식처다.

 갈대밭이 훌륭하게 조성된 이유는 퇴적물이 쌓이기에 적당하고 물이 범람하면 습지가 돼 버려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그 빈 터에 저홀로 갈대가 무성해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자연의 순리요,삶의 올바른 이치임을 잘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용수저수지가 철새도래지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은 먹이사슬이 비교적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여뀌·개구리밥·부처꽃·빗자루국화·골풀·네가래·부들·갈대·조개풀·세모고랭이·송이고랭이·마름 등 습지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고 개구리·붕어 등 새 먹잇감도 충분하다.  

 오는 주말,아이들 손잡고 철새를 만나러 가보면 어떨까.특히 해가 기울고 그 하늘위로 철새들이 날아오르며 군무를 펼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탐조과정에서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철새들은 경계심이 강해 붉은색 등 원색의 옷은 싫어한다는 점이다.

 왕자케물은 용수저수지로 들어가는 농로 옆에 있다.면적은 750㎡가량 되며 용수저수지에서 두 갈래의 물이 흘러나와 왕자케물을 이루고 있다.이 일대는 말 가래 등의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고 배후습지로서 주변 갈대밭이 무성하다.

 이 물은 탐라국시대에 왕자가 난(亂)을 피해 신하들과 함께 숨어 들어와 살았기 때문에 왕자케물이란 지명이 붙게 됐다고 한다.

 이를 반증하듯 근래에도 이 일대 밭고랑 등에서 기와조각 등이 발견되고 있다.<글·사진=좌승훈·좌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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