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윤 제주관광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논설위원

   
 
     
 
아침을 맞으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요즈음 동네에는 아침의 부산스러움도, 학교를 같이 가기위해 동네 꼬마들이 모이는 모습도, 친구를 재촉하는 소리도, 엄마가 아이들을 부르며 찾으러 다니는 모습도, 그리고 낮에는 골목마다 모여 앉아 놀이에 몰두해 해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집에서 찾으러 나오면 내일 더하자는 약속과 함께 집으로 마지못해 들어가는 모습도 이제는 다 사라져간 추억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이제 점점 중산간 마을에서 폐교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일부 마을에서는 학교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마을이 합심·단결해 외부 인력 수혈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일이다. 또한 출산 장려 정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 권장하고 있다. 노령화 사회를 대비하고 인구구성의 안정성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련 공약들이 물 건너가는 상황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비단 노령연금공약만이 아니라 영·유아 보육 관련 약속, 의무교육 확장에 관한 약속, 반쪽 등록금에 관한 약속등 줄줄이 후퇴하는 공약들이 다 미래 세대와 이 세대들을 지켜줘야 할 부모들에 대한 엄중한 약속이라는 생각은 필자만이 갖는 오해일까?

아이들은 우리가 처한 국가 상황이나 경제 여건 등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앞으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를 충실히 행해 줌으로써 나라의 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젊은 부부들이 자녀 낳기를 포기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점들을 인지해 여러 가지 정책과 공약들이 탄생했을 것이다.

제주의 인구가 60만명을 넘어섰다는 기쁜 소식도 있지만 인구구조를 들여다보면 필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의 증가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거나 나쁜 방향이라는 것이 아니라 어린 젊은 계층의 증가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제주의 젊은 층들이 학업과 직장을 이유로 외지로 출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돌아오는 젊은이들이 비교적 적어 보인다. 필자도 자식들에게 학업을 마치면 제주로 귀향하라고 틈만 나면 얘기를 하지만 솔직히 반신반의 하는 입장이다. 그들이 돌아올 수 있게 우리가 준비하고 노력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도 상당히 고민스럽다.

요즘 세대는 동네에서 같이 놀던 어린 동무들은 별로 없고 학교 친구이거나 학원 친구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동네 친구라는 의미는 같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웃 집안의 가족 구조나 사정을 잘 알고 지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기본적 요소로 가슴 속에 자리 잡아서 어른이 돼도 신뢰와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동네 구멍가게에 마주 앉아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여유와 함께 말이다.

젊은 세대들이 편하게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는 것이다. 거기서 출발한 공약이 앞에서 언급한 영·유아보육 관련 공약과 무상교육 그리고 반쪽등록금 관련 공약일 것이다. 이는 버릴 수 있는 공약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소 무리한 방법을 찾아내서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대타협을 통한 정책도 필요하다. 많은 아이들이 골목이나 놀이터에서 재잘거리며 뛰노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필자의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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