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미국 시간으로 지난 주 화요일 미국 연방정부 폐쇄(Federal Government Shutdown)가 끝났다. 의회와 대통령이 16일 간에 걸쳤던 파국을 끝내는 합의에 구색을 맞췄다. 연방정부 기능의 상당부분이 정지되고 수십만의 연방정부 종사자가 무급휴가상태였던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헤프닝일 수 있겠다.

연방정부 업무기능, 공공 공원시설, 연구개발 프로젝트, 지역사회 프로그램 등 일반 시민들이 직접 대면하는 공공 서비스가 재개되면서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없는 사연들이 줄을 이었다. 국립 동물원에 머물고 있는 판다 곰의 일상을 보여주는 온라인 영상이 다시 돌아가게 됐으나, 웹사이트 방문자가 폭증하면서 영상 서비스가 다시 불통됐다.

뉴욕 맨하탄이나 로스엔젤레스의 연방청사에서 사회보장 업무를 다루다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연방 공무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했을 때 맞닥뜨린 것은 엄청난 양의 지체된 서류더미였다. 수도 와싱턴의 지하철 메트로를 이용해서 수도의 기관으로 인근 매릴랜드나 버지니아에서 통근하는 공무원들이 일시에 업무에 복귀하면서 지하철 출퇴근 길은 그야말로 지옥철 체험기가 돼버렸다. 2주 넘게 급여가 없었던 연방 공무원들 중 갑작스럽게 경제적 곤란을 겪는 이들이 상당수 속출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연방 정부 사업과 재정 지출에 생계를 이어가는 일반 시민들도 고스란히 생계 무대책 상태에 놓였었다.

평소 익살스런 행동을 종종 보였던 부통령 바이든은 와싱턴 소재 연방 환경보호청을 방문해서 머핀을 돌리며 악수와 포옹으로 복귀하는 직원들을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짤막한 소회를 밝혔다. "공직자들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업무 복귀를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의 수행하는 업무는 중요한 것이며, 우리 미국을 실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무부는 업무복귀지침을 통해 이메일과 음성메시지를 확인하고 출·퇴근부 작성을 잊지 말 것이며, 사무실 냉장고를 확인해서 상한 음식물은 버릴 것을 조언했다. 업무재개가 '즉각적이고 질서 정연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하나 이미 정량화 할 수 없는 피해의 여파는 미국의 사회와 경제를 넘어 글로벌 정치·경제 시장에 미치고 있다.

연방정부 폐쇄가 시사하는 바는 결국 정치 영역의 무능력과 좌고우면이 정쟁을 넘어 국가체제의 산소 공급을 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연방정부 폐쇄의 씨앗은 미국의 대표적 보수시민운동인 '티 파티' 운동이 공화당 특히 공화당 하원의원선거의 당락을 가를 정도로 힘을 키우면서 뿌려졌다는 의견이 많다.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티 파티'에서 이름을 따온 현대판 티 파티 운동은 특히 2009년 뉴욕 주지사가 비만세 신설을 시도하는 와중에 등장했었다.

이후 담배 제조업체 등 기업계가 자금 지원을 시작하면서 더욱 힘을 받은 후 대통령 선거는 물론 연방의회 선거에 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국민의료보험 도입과 맞물린 연방재정확대와 증세 등의 국가 아젠다를 정치영역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소수인 열정적 참여파들이 이끄는 대중주의적 운동이 정부 폐쇄를 이끌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강정문제 등 몇몇 현안과 관련해 제주가 처해 있는 현실도 이와 유사점이 상당하다. 정치와 행정영역은 잠행하는 듯 하고 소수일 시민운동세력의 강한 목소리가 대중들의 눈에는 독주하는 듯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이를 테면 '제주판 티 파티' 상황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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