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숙 제주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관·논설위원

   
 
     
 
2002년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출범하면서 제주 사람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01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9만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벌써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대세가 중국인들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부쩍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고 중국 자본금이 유입되면서 이것이 앞으로 제주의 미래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분간이 서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가히 '폭풍흡입'이라고 할 정도로 땅이건 빌딩이건 회사건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매입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주도정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모름지기 외자유치란 산업자본을 들여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지 외국인들에게 땅을 마구잡이로 팔아먹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5억원 이상만 투자하면 영주권까지 준다고 하니 도대체 앞으로 제주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암담한 생각마저 든다.

제주가 앞으로 중국 땅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결코 지나치지 않다. 외국인 투자이민자들을 위한 현행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며 개발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하물며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은 환경을 엄청나게 오염시키고 훼손시킬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얼마 전 제주도교육청은 환경부 주관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 관리 이행실적 평가'에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 1위를 차지했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교육청의 이런 각고의 노력과 성과도 외국인들의 분별없는 관광지 개발로 인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중국인들은 벌써 제주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투자를 했고 경관이 좋은 곳은 대부분 그들이 점령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구매한 토지 면적도 빠르게 늘어 투자이민제도가 시작된 2010년에 비해 올해는 거의 50배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제주 부동산시장에 몰려든 차이나머니가 3조원에 가깝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과연 중국의 이런 자본투자가 제주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 것일까. 제주 도정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손익계산을 꼼꼼히 따지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정말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중국인들에게 제주를 생각 없이 개방하고 투기하도록 그냥 두어도 될 것인가. 엄청난 대세로 밀려오는 중국의 자본을 이런 추세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몇 년 후 제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신제주 바오젠거리를 보라. 중국인들이 상가 건물을 무차별 매입해 임대료와 권리금이 두세 배 뛰었다고 상인들은 아우성이다.

산방산과 형제섬을 품고 있는 제주 송악산 자락이 최근 중국의 부동산 개발회사에 팔렸는데 그 자리에 6성급 호텔과 콘도 등 대규모 휴양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제주 곳곳에서는 중국자본에 의한 개발의 광풍에 휩싸여 오름과 곶자왈과 동굴이 무너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문제는 외국자본 유치와 개발이 어찌 이렇게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제주 섬을 어떻게 함부로 남에게 내줄 수 있단 말인가. 제주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후손들에게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땅이 외국인들에게 넘어가 제주가 그들의 잔치판으로 변해버린다면, 이를 바라보는 설문대할망도 땅을 치며 대성통곡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