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 논설위원

   
 
     
 
중국은 지금 불량식품과의 전쟁 중이다. 가짜 달걀, 짝퉁 쇠고기, 불량 만두, 젤라틴 새우, 가짜 분유, 시멘트 호두 등 신출귀몰 불량식품들이 출몰해 경악케 하고 있다. 최근 중국 유력 월간지에 따르면 최대의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66%가 '식품안전'이라고 응답했다. 중국인들이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 최고정치협상기구인 '정협'(전국정치협상회의)에서는 1호 안건으로 친환경농업과 식품안전문제를 선정했다고 한다. 향후 중국정책의 주요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이슈여서 솔깃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폐식용유를 수거해서 재탕 식용유를 유통하다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그걸 먹고 사망할 경우 최고 사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식당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질 낮은 식용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해 내린 조치다. 아니나 다를까. 제주에 온 중국관광객들은 대형마트에서 콩기름을 싹쓸이 해 나가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이 식생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식용유마저 믿지 못해 한국산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중국산 식품을 얼마나 불신하는가를 제주에서 보여주는 한 단면일 것이다.

며칠 전 도내 모 우유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중국 칭따오, 베이징, 상하이 지역으로 우유와 요구르트를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보낼 물량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제주산 우유는 국내 유일 브루셀라병 청청우유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에 대한 청정 이미지가 중국인들에게 부각돼 시장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제주공항에 내리면서 하는 첫 마디가 '깐징!'(干淨, 깨끗하다), '신시앤!'(新鮮, 신선하다)이다. 중국 부유층에 제주가 청정한 섬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제주산 식품에 관심이 뜨겁다. 중국과 차별화된 이미지가 마음에 새겨진 까닭이리라. 특히 제주-상하이는 비행시간 55분이면 도착한다. 제주와 상하이는 1일 생활권이 됐다. 올 들어 9월말 현재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만 해도 152만2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나 늘었다. 이들이 제주산 식품을 다시 찾을 보물급 자원들이다.

운송거리가 서울로 가는 만큼 짧으니 신선도 유지나 유통비용도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일본과 달리 방사능 오염이 없는 만큼 앞으로 제주산 식품의 대중국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 해 보인다. 서울 시장보다도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양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중국 소비자는 누구일까. 답은 중국인 1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 소비자들이다.

제주산 먹을거리의 이미지는 청정(Clean), 신선(Fresh), 안전(Safe)이다. 어느 날 성큼 다가올 한·중 FTA 시대에 꼭 염두에 두어야할 3대 키워드다. 제주에서 중국 관광객에게 통하면 중국 본토에서도 통한다. 국산 식품을 중국으로 진출할 테스트 베드로서 제주가 최고라는 점이다. 허나 제주의 기존 관행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가지고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까. 그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과 마찬가지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농업인구 6억5000만명의 중국 농민과 가격 경쟁을 해봐야 승산율은 1%도 안 된다. 제주를 유기농의 섬으로 육성해 제주 브랜드를 글로벌화 하고 중국 유기농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그것만이 FTA 시대에 제주농업이 살아남는 길이다. 중국의 10% 고소득층을 목표시장으로 한 제주 농업정책을 새로 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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