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검은 모래」출간
출가해녀 4대 걸친 삶 모티브…질곡의 세월 오롯이

▲ 제주 해녀박물관「바다의 어멍 제주해녀」발췌
1890년대 이후 일본의 어업 침탈에 따라 제주 어장에서의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바다'를 밭으로 여겼던 제주 잠녀들은 이로 인해 생계유지를 위해 타 지역으로 '출가'(出稼) 물질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며칠씩 배에 몸을 맡긴 채 바다를 건너 길게는 반년 넘게 외지 생활을 해야 했던 출가 해녀들의 삶, 그 고단했던 삶과 설움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제주 출가 해녀들의 삶을 모티브로 잡은 소설이 실제와 닮은 이야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구소은의 장편소설「검은 모래」가 책으로 출간됐다.
 
우도에서 태어난 출가해녀의 4대에 걸친 삶을 다룬 작품으로, 이를 두고 문학상 심사위원들로부터 "한 가족사에 얽힌 진실과 오해 그리고 화해라는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의 신산한 삶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구씨는 일본 도쿄로부터 175㎞떨어진 태평양상의 작은 섬인 미야케지마를 찾아 조사할 정도로 많은 열정을 쏟아내며 작품에 대한 열의를 내비쳤다.
 
그래서일까, 제주 잠녀의 삶과 재일조선인으로서 겪게 되는 민족 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따른 이념적 갈등 등의 장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지나간다.
 
소설의 제목 '검은 모래'는 섬 속의 섬, 우도 동쪽에 자리한 조일리라는 검은 모래 해안을 끼고 있는 마을을 말한다. 당시만 해도 바다 근처에서 태어난 여자라면 자연스레 '잠녀'의 길을 걷게 되는 게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소설의 주인공인 '구월' 역시도 그랬으며, 구월의 삶은 제주 잠녀, 또 출가 물질을 했던 잠녀들의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고 있다.
 
"미야케지마에는 제주 잠녀 출신의 할머니가 현존하신다. 그러나 그 분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아주 꺼려하셨고, 만남 자체를 거부하셨다. 미야케지마에 사는 주민들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일들에 관심이 없었다. 거기에 한국인 촌락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극히 일부 노인만이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억할 뿐이다"
 
구씨의 인터뷰 내용을 빌어본다면, 소설 '검은 모래'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몰랐던 것에 관심을 두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넌지시 던진다. 은행나무·1만3000원.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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