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 전산통계학과 교수, 논설위원

   
 
     
 
1990년대에 신개념 세탁기로 소개된 당시 금성사(金星社·현 LG전자)의 '카오스세탁기'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불규칙적인 현상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학이론인 '카오스'(CHAOS:혼돈)이론을 가전제품에 적용함으로써 제품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기술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었다.

여기에 사용됐던 '카오스'이론의 토대가 되는 것이 소위 '나비효과' 라는 것이다. 원래 기상관측 데이터의 분석 분야에서 처음 이야기된 효과인 '나비효과'는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양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른바 '초기 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 곧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오늘날 세계화·정보화 시대에서 나비효과는 더욱 강한 힘을 갖는다. 디지털과 매스컴 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 효과가 우리에게 나타난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불행한 기억인 'IMF' 시대와 즐거운 기억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인거 같다. IMF시대가 온 것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나비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외국의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으니 과거 정보화시대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강남스타일'이 대성공을 거두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유튜브'라는 인터넷 매체다. 지구촌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찍은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순식간에 지구촌에 널리 퍼지면서 성공한 것이다. 이렇듯 '나비효과'는 정보화 및 세계화를 통해 위력을 더해가는 것 같다.

최근 제주와 전남의 인구동향에 대해서 기사가 났었는데, 전남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제주는 매년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해서 느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의 인구 유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 소식들에도 퇴직자들이 제주에 내려와 감귤농사를 짓거나 해안가 관광지에 카페를 차려서 경제적으로 안정됐다는 것을 우리에게 종종 전해준다. 그런데 이런 소식들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안착한 몇몇의 사례들이고, 정착에 애를 먹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

제주지역의 외지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실제로 필자의 주변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가끔 들으니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진정한 국제자유도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을 필자는 '나비효과'에서 제시하고 싶다.

최근 인터넷에서 '나비효과'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글귀를 보았다. 그곳에서는 나비효과를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 비로소 가족에게 친구 직장동료 상사들에게 아니 사회구성원들에게 아니 세계인들에게 전달돼 영향을 주는 효과'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야말로 현재 지역사회에서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정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외부에서 우리에게 오는 사람들을 제주도민 개개인 모두가 환영하고 도와주고 힘을 보태주는 행위가 일어남으로써 이것은 작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변화시키고, 나아가서는 제주도 전체를 변화시킬 것으로 생각해본다.

개인이 변화하면 결국 사회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개인 각자가 사회를 위해 적지만 봉사활동을 할 경우 이것이 결국 서로 돕고 사는 사회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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