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논설위원 겸 동부지사장

   
 
     
 
2013년 5월 영국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전설의 퇴장이었다. 퍼거슨은 1986년 부임한 이후 27년간 '최장수' 감독으로 맨유를 이끌며 프리미어리그(13회)·챔피언스리그(2회)·잉글랜드 FA컵(5회) 등 38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래서 그의 은퇴는 정말로 아쉬웠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정상에서 과감히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는 은퇴 시즌에도 맨유에 프리미어리그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영국 최초의 통산 20회 우승이다. 그가 팬들의 요구대로 '봉사하기 위해' 맨유에 남았다면 하루하루가 역사이고 들어올리는 트로피는 '전설'일 수 있었다.

그런데 떠났다. 퍼거슨은 은퇴 후에도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에서 지도자로서, 어른으로서 존경을 받는다. 그가 이룩한 업적 못지않게 때를 알고 떠난 그의 이별 또한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같이했던 시간이 길수록 이별이 힘든 것처럼 오래 쥐고 있던 권력일수록 놓기가 힘들 것이다. 이별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별이 쉽지 않다.

그런데 때를 놓치면 추해진다. 인간사가 그렇다. 한시라도 떨어져선 못살 것 같던 연인사이도 한쪽이 매달리며 이별이 좋지 못하면 남남만도 못하다. 남남에겐 최소한 '저주'를 퍼붓지는 않는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대박' 조짐이면 연장이다. 진부해진 전개와 스토리의 식상함 등 잃어버린 '초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권력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 원수의 자리에 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등은 좋은 교훈이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오만함에 내려놓아야할 때 놓지 않았다. 결국 카다피는 반군에게 목숨을 구걸하다 총에, 후세인은 '적국' 미군의 군사재판을 통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제주에도 때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지사에 출마하려는 몇몇 '어른'들 얘기다. 최소한 도백을 2차례 이상 역임했으니 속된 말로 할만큼 하신 분들이다. 그분들이 다시 '재·재…도전'을 공언하고 있다.

안된다. 더 이상은 안돼야 할 것 같다. 첫째 이유는 그들의 '무능함'이다. 도지사를 최소한 2번, 많게는 5번 하는 동안 무엇을 했기에 다시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번, 5번 시켜봐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시 시켜줘도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그들이 다시 하겠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둘째는 제주도민들이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다. 70세를 훌쩍 넘긴 '어른'에게 다시 봉사하라고 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다. 모셔도 모자랄 판에 일을 시키는 셈이다. 이제 일은 60대·50대 등 '젊은이'들이 맡고 어른들은 쉬시도록 하는 게 경우가 아닌가 싶다.

세번째 이유는 욕심이다. 인간의 본성이, 욕심이 끝이 없다고 굳이 나온다면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려놓아야할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여론은 꼭 전하고 싶다.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놓아야 할 일이다. 그때도 아쉬움은 남을 것이다. 어차피 남을 아쉬움, 과감히 떠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미련에 붙잡고 있다 추하다 못해 흉하게 마무리되는 경우를 종종 봐온 터이다.

퍼거슨은 자신의 마지막 홈경기가 끝난 뒤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에 서서 맨유 직원·선수, 그리고 팬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제 인생에 가장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은퇴한다고 해서 인연이 끝나지 않습니다. 나는 이제 경기를 고민하기보다 보는 것을 즐기게 될 것이다"고.

우리들도 고향 '선배'들의 아름다운 이별을 보고 싶다. "제주도지사는 제 인생에 가장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도정 고민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발전을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도민들에 대한 은퇴사를 듣고 박수칠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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