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대 사회복지과 겸임교수, 논설위원

   
 
     
 
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은 물론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 준예산 편성 사태가 우려된다는 앵커의 목소리, 2014년도 예산안 심의는 아직 뚜껑도 열지 못한 상태이고 2012회계연도의 결산심사 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라 한다.

헌법 제54조 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정기일 준수는 물 건너갔고,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남은 시간도 한 달여뿐이다. 심사숙고해 심의하기엔 주말 반납하고 밤을 낮처럼 밝혀도 짧은 시간이다. 예산안이 부실·졸속 처리되거나 해를 넘겨 '준예산'으로 가는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의 파행은 이것만이 아니다. 입법기능은 마비상태에 가깝다. 특히 올해는 새 대통령 취임 첫해이다. 국회에서 다뤄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입법의 첫 단계인 법안심사소위원회의 개최는 정기국회기간 중 단 10차례 열린 것이 전부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무려 6091개, 고스란히 먼지가 쌓이고 있다. 주범은 정당. 7월 임시국회에서는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요구에 새누리당이 손사래를 쳤다. 다음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의사일정이 중단됐다. 최근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며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활동은 고스란히 국민의 삶에 반영된다.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생활고와 병으로 인해 자녀와 동반자살을 기도하는 사람, 추운 날씨 속 늦은 밤까지 폐지를 줍는 어르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좌절에 빠진 수많은 젊은이들이 절망의 절벽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오늘도 정쟁 중이다.

이런 행태의 해결책은 없을까? 스웨덴을 돌아본다. 그 나라 정당들은 좌·우 연정을 맺고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펼쳐 나간다. 국회의원은 개인 보좌관이 없다. 급여는 사기업 중견간부보다도 낮고 비서, 운전기사와 전용차량 같은 것은 아예 없다. 공무상 여행 경비는 영수증을 제시해야만 실비를 받을 수 있고 숙박은 중급 호텔 이상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의원 한 명당 평균 90개 가량의 법안을 만들고, 20번 정도의 대 정부 질의를 한다. 인구의 3분의 1이 이민을 떠났던 척박한 환경의 가난한 나라를 복지천국으로 바꾼 스웨덴, 그 비결의 핵심은 정치의 중심이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국회는 꽈배기 공장이다. 안 되는 일은 더 꼬아내고 될 일도 비틀어대는 숙련공,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1억4000만원이다. 전속 보좌관 7명과 2명의 인턴연봉으로 4억원가량의 혈세가 지출된다. 운전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에 유류비, 비행기와 KTX는 공짜다.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여기에 면책·불체포 특권도 있다. 고비용· 저효율 국회는 민간기관이라면 당장 퇴출감이다.

입법권과 재정권은 국회의 주요 권한이지만 원래 국민의 것이다. 모든 국민이 동시에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로 국회의원을 선출해 맡긴 것이다. 국민이 십시일반 세금을 걷어 세비와 활동에 필요한 비용도 주고 있다. 권한의 대행을 직무로 한 4년제 계약직을 국민이 고용한 셈이다. 4년 계약직 국회의원, 선거 때 단상에서 "머슴이 되겠다" "열심히 하는 심부름꾼이 되겠다" "민의를 받들겠다" 던 약속은 근로계약서 조항의 하나이다. 예산심의·입법 등 민생을 담보해 흥정이나 하며 직무를 유기한다면 고용주인 국민에 의해 파면 당할 수도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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