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부국장 겸 서부지사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존립의 기본 덕목은 관료들의 청렴이다. 한국도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새 정부가 탄생할 때마다 공무원들의 청렴도를 높이겠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해가 가도 한국의 청렴도는 하위권이다. 다시 말하기도 새삼스럽지만 한국의 부패는 고질이다. 사회 곳곳에서 썩은 내가 진동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별 부패순위인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조사대상 176개국중  45위를 기록했다. 2011년 43위에서도 두 계단 하락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국 중에는 27위로 하위권이다. 지난 7월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부패정도는 6.98점으로 지난 10년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점에 가까울수록 부패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한국의 부패지수는 싱가포르·일본·호주·홍콩보다도 2~3배 가량 높고 중국·미얀마·인도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2012년 부패지수 5.6점을 OECD 평균인 7.0점으로 향상시키면 경제성장률이 1.4%포인트 높아진다고 한다. 부패는 단순히 경제성장을 저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 윤리의식을 마비시켜 불법·탈법을 부추김으로써 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흔든다.

제주도 공직자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소속 공무원의 도박사이트 개설,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사과를 해야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상오 제주시장이 역시 시민들께 공직비리와 관련해 시민들게 머리를 숙였다. 무기계약직원의 억대 뇌물수수 사건 등으로 비난 여론이 형성될 때까지만 해도 침묵을 지켰으나 읍사무소 직원 공금착복 사건까지 터지자 여론에 공식사과했다.

이같은 공직비리 사건 등이 이어지며 제주도 청렴도는 부끄러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62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렴도 평가결과에서 당연히 제주도는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얻었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제주도는 전국 최하위 평가로 행정의 신뢰도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이미지가 실추되자 올해초부터 공직 내부 대수술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같은 처방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올들어서도 도로공사 관련 뇌물 혐의로 도청 고위공무원이 입건되고 시간외 근무수당 부정 수급 공무원 10명이 고발조치됐다. 2억원대 공금 횡령 혐의로 도청 공무원이 구속되고 향토산업 육성사업 비리 의혹으로 서귀포시청 공무원 5명이 입건되는 일이 연이여 터졌다. 그동안 제주도가 강조해온 '깨끗한 제주, 청렴일등 실현'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면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를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제주공직 사회는 '관용'의 문화가 뿌리 깊어 심각하다. 도감사위원회의 요구에 대한 제주도의 징계처분 비율은 2011년 44%, 2012년 71%이며 올해는 62%에 불과하다. 지나친 온정주의, '제 식구 감싸기'가 공직비리를 키운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조선 시대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규범으로 '사불 삼거(四不三拒)'가 있었다.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四不)는 부업을 갖지 않고 땅을 사지 않으며,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지 명산물을 먹지 않는 것이다. 거절해야 할 세 가지(三拒)는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부득이 요구를 들어줬을 때의 답례, 경조사의 부조다.

사불 삼거의 '청렴의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고 제주경쟁력을 키우는 초석이다. 효과를 보지 못하는 제주도의 공직비리 근절책에 대한 냉철한 자성이 필요하다. 제주도 공무원들의 반성과 엄벌 원칙도 마련돼야 한다.  공무원 비리는 성실히 일하는 동료 직원의 근무의욕을 떨어뜨리고 제주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려 제주발전을 저해하는 독이다. 공직사회의 청렴도 향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제주사회의 현안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