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논설실장

   
 
     
 
요즘 제주도가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최고 지도자에서부터 행정시장, 일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각각 따로 놀며 공직자의 신분을 망각한 채 모두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의 소리가 그것이다.

우근민 지사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 올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 지사는 이미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며 표심을 호소했던 대상인 민주당을 뒤로하고 현 집권당인 새누리당 입당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는 우 지사가 무리수를 둬가며 새누리당 입당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이유가 따로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 지사의 2014년 도지사 선거 출마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선과정에서는 김태환 전지사와, 경선을 통과하면 본선에서는 신구범 전지사와의 격돌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물론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여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들 현·전직지사의 대결이 성사되면 제주도 사회의 분열과 반목의 심화는 보나마나다.

제주사회가 언제까지 이들 3명이 좌지우지하게 놔둬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선거개입 발언이 터져 나왔다. 한 전 시장은 재경 특정고교 송년 모임에서 참석자들에게 우 지사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그 동안 공공연히 자행돼왔으나 표면화되지 않았던 지사 당선을 전제로 한 '내면적 거래'와 공무원 선거개입, 공무원 줄서기 등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상오 제주시장 또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작업 도중 사고로 숨진 유가족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행정시장으로서 유가족에 대한 지원책 강구가 한계일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여줬어야 했다.

우 지사 역시 장례식 당일 장례식장에는 참석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골프장을 찾지는 말았어야 했다.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직자들에게는 직을 걸 것을 강조하고, 도민들에게는 적극적인 동참을 주문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골프를 즐기고 사고가 나면 나 몰라라 한다면 어느 도민이 도정을 신뢰하겠는가. 게다가 재선충병과 관련해서는 기후변화 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는 하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인재 성격도 짙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사·시장의 행태가 도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도내 공직자들의 비리는 고위·하위직 가릴 것 없이 좀처럼 끊어질 줄 모르고 잊을만하면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62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렴도 평가 결과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안은 바 있는 제주도가 환골탈태하기는커녕 비리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 제주도는 공무원 대비 비리 연루 비율로는 전국 꼴찌가 아니라는 등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강구보다는 해명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다 제주도가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이 아닌 '지속가능한 비리 온상'으로 고착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이쯤 되면 현재의 제주도정을 '총체적 난국상'으로 표현해도 지난치 말이 아닐 터다. 우리는 우 지사가 지난 2010년 취임사에서 온 몸을 다 바쳐 제주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바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성장의 위기, 사회통합의 위기, 재정의 위기, 미래비전의 위기를 '4대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지사를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은 도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영달만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자성할 일이다. 그리고 이들 '4대 위기'에 대한 도민 체감도나 각종 통계가 과연 개선됐는지, 악화됐는지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