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 논설위원

   
 
     
 
장수의 섬 제주에는 장수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신선한 산소바람, 맑은 물. 그리고 훈훈한 농부의 인심으로 정성껏 키운 양배추와 브로콜리가 그것이다. 최근 세계저명 의학저널에는 늘 이들 양채류에 항암성분이 가득하고 노화를 막는 기능이 뛰어나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양배추, 브로콜리 등 양채류 생산량의 전국 1위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런데 올해는 태풍이 없어 풍년이나, 농심은 근심으로 가득하다. 양배추의 경우 생산량이 11만7000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1만1000t정도 더 많은 양이다. 그러다보니 2008년 양배추 파동이 다시 떠오른다. 농민들은 또다시 풍작이 가격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이에 따라 지역 도의원들은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정도다. "양배추의 일정물량을 시장과 격리해, 가격조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도와 농협에다 주문을 했다. 이렇듯 매번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당국에서 손을 쓰는 조치는 소비촉진운동이나 매취사업이 전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임시변통으로 해결하는 방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설혹 일과성 처방으로 위기를 넘긴다 하더라도 해마다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도민의 바람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당면과제는 생산단계와 출하단계에서 발생한다. 우선 생산단계에서 적절한 생산량 조정이 필요하다. 재배과정 중 중간단계에서 묘종의 솎기 등을 통해 적정규모의 생산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중산간 목장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재배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다음은 수확 후 출하단계에서의 일시적 시장격리 방법이다. 출하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에 시간적 분배를 위해 창고에 저장하는 것이다. 아울러 등급에 따라 최상품은 해외로 수출하고, 저하품은 출하를 억제하거나 산지폐기를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된다. 하지만 이들 방법 역시 남아도는 양배추를 근본적으로 속히 처리해야 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출하 문제로부터 안정적인 소득확보를 하려면 그 수단으로서 가공이 전제돼야 한다.

가공 산업과 연계가 된다면 일정물량을 가공을 통해 시장으로부터 격리시킬 경우 신선 양채류의 가격은 오르게 되어 소득증대 효과가 발생된다. 뿐만 아니라 중·하상품을 가공처리 해 시장에서 격리되면 양채류의 품질도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또한 간접효과로써 가공 사업에 의한 장기적인 수요유지, 가공기술의 축적과 관련 산업의 진흥 등 후방연관효과를 통해 가공식품의 원료를 제공하는 농수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

양채류는 한·중 FTA가 더 큰 현안 문제다. 중국산 양배추의 평균 가격(2010~2011년)은 국산에 비해 약 3.2배  낮은 수준 때문이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제주 양배추와 브로콜리 농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 양채류 농업이 지금처럼 생산에만 힘을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 제주 양채류 농업은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잡지 못하면 블랙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과거 관행적인 농산물 생산영역에서 벗어나야 살 수 있다. 유기농 생산을 늘려 중화권과 일본 등지로 신선 양채류를 수출하고, 아울러 유기 가공품의 생산·포장·수송·유통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중국에 수출하려면 검사와 검역, 통관절차, 라벨링, 각종 부과금을 포함한 유사관세 등을 수출업체들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문제점과 애로점이 많다. 이를 해소하고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 기업이나 자본을 유치하여 도내에서 물류 및 가공 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도 당국은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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