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논설위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5세를 일기로 서거하고 지난 15일 자신의 고향 쿠누에서 가족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족묘원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남아공의 초대 흑인 대통령인 만델라 대통령이 타계한 뒤 선포된 10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에 진행된 국가적인 추모 행사에는 역대 최다인 전 세계 약 100개국 수반과 정상급 인사들 및 수만 명의 남아공 국민이 참여했고, 그의 시신이 일반에 공개된 그가 집무했던 정부청사 유니언빌딩에서는 약 10만 명의 남아공 국민이 조문했다. 그리고 맑은 날씨에 진행된 장례식은 남아공과 전 세계에 TV를 통해 생중계 됐지만 장례식 후 그의 시신은 국립묘원이 아니라 가족묘원에 매장됐으며, 가족 등 일부만 매장식에 참여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그의 삶은 말 그대로 운명이다. 1918년생인 만델라가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인 1950년대 남아프리카에서는 공공장소·대중교통·교육시설 및 거주지 등 일상의 대부분에서 흑인과 백인을 강제로 분리하는 흑인에 대한 차별적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이 점차 엄격해졌다. 이 때 만델라는 흑인차별 정책의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흑인인권운동에 참가했다. 그는 수차례의 투옥을 거쳐 1964년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에스퀴티니섬 로벤 아일랜드 감옥에서 27년을 복역하면서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나이 72세가 되는 1990년 2월 11일에 석방된 그는 흑인 극단주의자들에게서 온건하다는 비난과 줄루족 등 흑인 종족간의 갈등으로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백인정부와 협상을 지속해 민주적인 선거를 관철시켰으며, 이러한 공로로 1993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1994년 4월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참여 자유총선거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마침내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는 종결됐다.

우리는 그를 우리 시대의 거인이라고 부른다. 27년간이나 복역한 그는 나이 76세에 대통령이 되고 비록 재직 기간은 5년에 불과하지만 350여 년에 걸친 폐습을 종결했고, 인종분규를 종식시켰으며, 화해와 용서 그리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열었기에 그에게 붙여진 우리 시대 거인의 호칭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만델라의 민주화 투쟁 동지인 아흐메드 카스라다는 추모 연설을 통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를 향한 먼 여정을 달리고 남아공에 존엄함을 복원시킨 당신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원정 첫 16강에 진출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생각하면 남아공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위대한 우리 시대의 거인 만델라를 기리며 고향을 생각하니 그저 착잡할 뿐이다. 변방의 서러움에 대한 분노와 애환은 아니더라도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제주의 희망이 보여야할텐데 아직도 22년째 제주판 3김 시대의 그늘 속에서 여전히 반목과 질시가 난무하고 있으니 참담하다 아니할 수 없다.

봉건시대의 매관매직이 공공연히 언급되고, 소아병적인 '괸당정치'로는 제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만델라의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기리며 제주의 존엄함을 복원해줄 새 시대 새 제주의 새 거인을 기다린다. 비록 새 제주의 여정이 길다해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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