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봉철 교육체육부 기자

대학가 양심과 정의가 멍들고 있다.
 
대학 도서관과 연구실에서 금품과 서류를 도난당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는가하면 심지어 학생이 교수연구실에 침입해 시험문제를 빼냈다는 충격적인 소식마저 들린다.
 
죄를 저지른 학생도 문제지만 제주대측의 안일하고 원칙없는 대응이 더 큰 문제다.
 
시험시간에 컨닝한 수준도 아닌, 엄연한 무단침입과 절도로 형사처벌을 받을만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제주대는 학과 차원의 유급처분만 내리며 학생들의 반발을 자초했다.
 
죄질은 나쁘지만 학생의 장래를 생각했다는게 제주대의 설명이지만 이번 사건이 그럴만한 사안인가에 대해선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범행의 결과에 따른 성적상승과 장학금 수혜, 본인 스스로 밝혔듯 문제를 훔친 횟수가 3~4회에 이르는 등 정황을 봤을때 순간의 유혹으로 저지른 가벼운 범죄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대가 학생보다 대학 평판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문제를 축소하고 숨겼다는 의혹도 충분히 나올만한 상황이다.
 
또한 제주대의 이번 대응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또 이처럼 가벼운 처벌로 넘어간다면 과연 학교 구성원들이 수긍할 것인가. 묵묵히 실력만으로 시험을 치른 다른 학생들이 본 손해와 정신적 박탈감은 또 어떻게 달랠 것인가.
 
마침 제주대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던 연세대가 오늘(2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절차를 밟는다.
 
연세대는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학칙에 따라 모든 과목 성적을 F학점 처리하고, 퇴학·출교·정학 등 신상 처분을 내린다고 하니, 제주대의 대응과 어떤 점이 다를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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