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혜아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이뤄 말하지 못할 정도로 답답한 일이다.
 
'사라져 갈'위기에 처한 제주어를 보존·육성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이들이 소모적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주어 표기법 표준안 제정' 안건 심사에 관한 일이다.
 
이는 제주어 보존·육성은 물론 제주어 표기의 기준을 선정하는 작업으로, 향후 제주어 관련 사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를 심의하는 제주어보전육성위원들의 눈은 '제주어 표기법 표준안'이 아닌 '제주어 표기법 표준안'의 '제주어' 명칭에 꽂혔다. 보라는 '달'은 안보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는 꼴이다.
 
명칭을 현재 통용하고 있는 '제주어'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어의 하위 개념이란 점에서 '제줏말'로 써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면서 논쟁만 벌이다 '제주어 표기법 표준안'에 대해선 이야기를 해보지도 못한 채 첫 번째 회의가 끝이 났다.
 
며칠 뒤 또 다시 회의가 개최됐지만 '명칭'을 두고 서로 '고집'을 꺾지 않아 결국 명칭 문제는 '제주도와 제주학센터 협의에 맡긴다'로 결론을 냈다. 정말 다행히도 '제주어 표기법 표준안 제정'건은 명칭을 두고 몇 시간에 걸쳐 논쟁을 벌인 것과 달리 단 몇 분 만에 통과가 됐다.
 
창피한 일이다. 제주인의 정체성이 오롯이 녹아있는 제주어를 지켜내야 하는 게 지금 해야 할 '임무'라는 걸 망각한 듯 제주어 전문가라는 '명예'만 치켜세우려는 분위기다.
 
이제는 소모적 논쟁은 종식시키고 본래 취지로 돌아가 어떻게 하면 '제주어'를 보존·육성시킬 수 있는 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지성인'들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