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1. 택시 핸들 잡은 박태호씨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생 이모작'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제민일보는 올 한 해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와 함께 이르면 40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은퇴와 그 이후 제2의 인생을 일구는 아직은 청춘인 4060 ‘신(新) 청년기’의 라이프 스토리를 통해 새롭게 만드는 삶의 의미와 교훈을 찾아본다.

항공사에서 30년 근무…택시운전 7년째
"인생 후반기 준비·도전하는 용기 필요"
 
▲ 50대 후반 나이에 택시기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태호씨는 인생의 후반부도 젊었을때와 마찬가지로 준비와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대생 기자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니까 뭔가 찾을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인생 후반기에 할 일이 더 많아진데다 보람도 느끼고 있어요"
 
박태호씨(63)는 이제 7년차 택시기사다. 보통의 사회 시계로 그의 경력은 어딘가 어색하다.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했다고 해도 최소 30년 이상 경력을 가졌을 터다. 의아해 하는 기자를 향해 박씨는 슬그머니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인생 2막'을 뜻했다.
 
박씨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적항공사에서 청춘 30년을 쏟았다. 정신없이 앞만 보면 달리다보니 막상 퇴직할 시기가 되자 덜컥 겁부터 났다.
 
50대 후반 나이에 아내와의 노후준비는 물론 세 자녀들의 결혼까지 부모로서, 가장으로서 어깨에 진 책임이란 짐은 너무나도 묵직했기 때문이다.
 
퇴직을 1년 앞두고 앞으로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 박씨의 눈에 '은행장 출신 택시기사' 스토리가 들어왔다. '남의 시선이나 체면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과정은 충분한 자극이 됐다.
 
그렇다고 택시 운전대가 처음부터 편했던 것은 아니다. 미터기를 작동하지 않고 운행한 적도 부지기수다. 어이없는 실랑이도 많았다. 몇 번이고 이 일을 왜 시작했나 후회를 했지만 일찍 몸에 밴 서비스 정신은 손님들의 칭찬과 보람으로 이어졌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개별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찾을 수 있게 됐다. 외국인 전용 관광택시다. 박씨는 지금도 짬이 날 때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영어회화 삼매경에 빠진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수입이 생겨 자식에게 손 벌릴 필요도 없는데다 아내에게 생활비를 건네고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다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행복이 됐다.
 
박씨는 "인생의 후반부도 젊었을때와 마찬가지로 준비와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은퇴가 인생의 마무리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자기 관리만 잘 한다면 택시 일은 한평짜리 평생 직장"이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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