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 논설위원

나이든 여성에게 필요한 게 다섯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돈·건강·친구·찜질방·딸이다. 반면 불필요한 딱 한가지는 남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년 남성에게 필요한 다섯가지는 '마누라·애들엄마·집사람·아내·와이프'라고 한다. 상쾌한 웃음이 나오지 못하는 이러한 농담이 심심찮게 들린다.

나이가 들면서 퇴직 등에 따른 경제능력 상실과 불안한 노후대책으로 인해 작아지는 남자들에 대한 얘기다. 남편이 집에 없는 생활에 익숙해진 부인은 은퇴한 남편 얼굴만 봐도 부아가 치밀거나 목소리나 발소리만 들려도 숨이 차오르는 이른바 '은퇴남편 증후군'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시대 중장년 남자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하지만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대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본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적절히 대처해 나가면서 '솔루션'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제주발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7만 1000명으로 도내 인구의 13.5%에 달하는 제주지역 베이비붐세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교육과 퇴직 후 재취업 문제다. 퇴직자와 미퇴직자 등 39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5.1%가 '경제적 생활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퇴직 후 가장 힘든 점으로 50.7%가 '경제생활 유지', 13%가 '취미 없이 많은 시간 보내기'를 들었다.

특히 미퇴직자 273명 가운데 100명은 퇴직 준비를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베이비붐세대 및 에코 세대의 자살 특성분석'에서 큰 자살의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52.8%)이라는 분석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바로 베이비붐세대의 퇴직 후 새로운 인생설계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렇듯 소위 중고령자에 해당하는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시작됐지만 이들의 은퇴준비는 거의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높은 집값으로 인해 거액의 주택담보대출금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거나 아직도 자녀의 교육비 부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제대로 된 노후 준비 없이 조기 은퇴로 삶의 터전인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도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결국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세대를 어떻게 생산가능 인구로 유지시킬 것인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이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로의 전직은 개인적으로 준비가 덜 된 노후를 준비하는 시간을 벌어주고, 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키는 완충작용을 할 것이다.

제주지역에서도 도민과 제주 이주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베이비붐세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슬픈 중장년'의 가장 큰 문제인 경제적 지원을 위해 퇴직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전직·진로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중장년층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매칭한 맞춤형 일자리사업 전개, 정주여건 개선사업에 경제활동 분야를 포함시킨 정책도 마련돼야할 것이다.

베이비붐세대 실직자에 대한 기업차원의 정년 연장과 노동자 해고 방지 대책 및 정부차원의 사회 안전망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 또한 여가생활이나 사회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사업 발굴 등 '인생 2막'을 새롭게 열어갈 기반도 조성돼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문제나 자살과 같은 사회문제 예방을 위한 정서적 지원이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 앞 세대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준' 그들에게 오늘의 우리가 화답해야 할 때다. 100세 시대 베이비붐 세대들이 갈 길,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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