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 논설위원

지난 주 캐나다 연방이민부는 투자이민프로그램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연방 정부 및 7개 지방정부가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 국가경제에의 기여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지의 한 정책전문컨설팅 업체(Analysis Group)가 2010년 연방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 프로그램으로 정착한 1가구 당 캐나다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편익이 한화 8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다 이민부 통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해당 프로그램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 수가 약 2만1400명에 달했다. 한화 17조원을 상회하는 실적치가 나온다. 이 수치가 과다 추계의 우려가 있는 전후방 파급효과 등을 망라해 이뤄진 편익분석 산물이 아니라 투자자산이 파생한 순이윤, 추가 정주비용 지출 등 만을 감안해 얻은 그야 말로 손에 잡히는 돈의 흐름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기여 창출, 문화적 다양성 고양, 사회적 재생 등 이민 유입의 여러 순기여와 재정수요 증가 또는 사회적 갈등의 내재화 우려 등 투자이민제도 시행의 음양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겠지만 세계는 바야흐로 투자이민 문호 확대를 통해 실익을 추구해보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CNN이 다룬 '유럽의 금빛 비자가 중국인을 유혹하고 있다', '시민권 판매중', '이민자 정주 조력자로 발벗고 나선 정부들', '중국 부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 등의 보도 사례에서 실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기사 대부분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중국발 투자이민 수요가 유럽·캐나다·미국·호주·싱가폴·홍콩 등에 미치고 있는 파장이다. 특히 CNN 머니가 지난 2월6일 보도에서 인용한 리서치 펌 후룬의 연구에 따르면 한화 약 17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중국인의 2/3를 넘는 수가 이미 해외로 이주해 있거나 이주를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이후 자국민의 생계형 해외 이주로 곤경에 처해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는 노골적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자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의 경우 한화 약 3억6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에 투자하면 영주권으로 진전될 수 있는 5년 거주비자를 내주고 있으며 키프로스는 약 4억4000만원, 포르투갈의 경우 약 7억3000만원 상당의 투자 비용이면 거주비자를 족히 발급 받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중화권 이민 수요의 인기 종착지였던 캐나다·미국·호주 등도 밀려드는 중국 이민자들이 파생하는 편익을 국가적 실익으로 키우는데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하여 국제투자이민 물결을 이끌고 있는 중국발 파장이 이곳 제주에까지 미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0년 부동산 영주권제도 시행이래 700건이 넘는 사례에 약 4600억원 상당의 투자유입이 있었다. 더불어 도내 여러 곳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대규모 리조트 개발이 상당부분 부동산 영주권제도에 힘입은 중국계 투자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적 지적과 여론이 비등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여러 타당한 우려제기에 동감하면서도 중앙정부 주도로 제주·평창·송도·여수 등지에 한정적으로 도입된 바 있는 부동산 영주권제도가 파생한 실익을 제주가 선취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한다. 다만 지역민과 더불어 가는 발전이 제주 비전의 핵심이므로 제주의 내재적 발전 동력을 북돋고 견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외 투자유치 정책의 물꼬를 돌릴 적시가 됐음을 다시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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