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프로젝트 우수사례 / 개인부문 최우수 - 고계생 할머니

▲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매달 수령하는 노인수당과 4·3유족 생활비를 흔쾌히 기부,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국내·외 어린이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는 고계생 할머니.
4·3유족 생활비 및 노인수당 매월 5만원 기부
후원 아동 1명 더 늘려 지역사회 신선한 충격
 
제민일보가 긍정의 힘, 칭찬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부터 'WeLove(We♥)'프로젝트를 역점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연말에 시행된 'We♥'프로젝트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고계생 할머니가 개인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매달 수령하는 노인수당과 4·3유족 생활비를 흔쾌히 기부,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고 할머니의 작지만 큰 사랑은 경제적 위기에 놓인 국내·외 어린이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자신'보다 '이웃'을
 
제민일보는 4·3유족생활비와 노인수당을 매월 기부하고 있는 고계생 할머니(제주시 건입동)를 'We♥사랑나누기'코너를 통해 소개했다.
 
고 할머니는 지난해 2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에 4·3생존희생자·유족 생활보조비 3만원에 노인장수 수당 2만원을 더해 매달 5만원을 후원하는 내용의 후원협약을 맺었다.
 
고 할머니가 어린이재단에 기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가슴 한 켠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과거의 아픔 때문이다.
 
1945년 혼인을 올리고 삼양동에 둥지를 틀었지만 고씨의 남편은 제주 4·3사건 당시 행방불명됐다. 그러던 중 1952년에는 6년간 '애지중지' 길렀던 아들마저 병으로 잃고 지난 세월을 친척 한명도 없이 홀로 지냈다.
 
시장에서 생선·과일 장사부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도 많았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고 할머니는 지난해 만 80세가 되자 동주민센터를 방문, 4·3유족생활비와 노인수당을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신처럼 돈이 없어 어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을 다른 누군가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고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실천에 옮기지 못했었다"며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조금이나마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고 싶어 작은 정성을 보태게 됐다"고 밝혔다.
 
▲ 지난해 연말에 시행된 'We♥'프로젝트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고계생 할머니가 개인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1명이라도 더"
 
고 할머니의 수입이라고는 공공근로 수당과 월 10만원의 보조금이 전부다. 그나마 올해 초 평소 좋지 않았던 심장 치료를 위해 수술까지 받으면서 그동안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공공근로에도 당분간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 할머니는 기부를 중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원 어린이 수를 늘렸다. 그동안 아프리카 어린이 1명만 후원하던 고 할머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내 장애인부부 가정의 자녀를 돕고 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1명이라도 더 많은 어린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고 할머니는 "오래 살아야 후원도 계속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지금은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노인수당 등이 지급되는 한 후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 할머니의 나눔 실천은 각박한 삶속에서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눔과 기부는 많은 것을 가져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팀장은 "자신도 공공근로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상황에서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고 할머니의 후원금 5만원은 국내·외 어린이 2명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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