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실장 겸 서귀포지사장

서귀포지역의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서귀포의료원과 제주권역재활병원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이 썩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서귀포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종합병원이기도 한 서귀포의료원은 매년 20억~3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총사업비 360억원이 투자되는 민간투자사업(BTL)을 통해 지난해 12월 새 병원을 완공했지만 경영상태가 확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자를 포함, 20년동안 분할 상환할 예정인 740억원은 정부와 제주도가 50%씩 부담한다손 치더라도 막대한 수준의 관리비를 고려하면 되레 적자폭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2012년 11월 시작한 2012년도 단체협상을 아직도 타결짓지 못하는 등 노조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경영정상화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경영측면으로만 보면 낙제점수를 면치 못하고 있는 서귀포의료원이 모처럼 공공의료기관에 걸맞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20개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시작한 '보호자 없는 병원' 2차 시범사업에 참여한 것이다. 허리를 다치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중상을 입어 장기 입원이 필요한데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 힘든 환자나 그 가족들은 우선 간병할 사람을 구하는데 가장 애를 먹게 마련이다. 환자를 돌볼 가족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간병인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재 도내 일부 병원에서 간병인을 쓰는 비용이 환자 1명당 하루평균 4만원 안팎으로 한달이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서귀포의료원이 30개 병상을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운영한다면 얼추 1인당 연간 1000여만원씩 총 3억여원 정도의 간병인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호자 없는 병원 운영 계획이 보도된 이후 의료원측에 문의가 잇따르는 점 등으로 미뤄 연착륙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확충대책'의 일환으로 전국 6개 권역 재활병원 중 하나로 설립된 제주권역재활병원도 개원 초기 어려움이 없지 않다. 국·도비와 복권기금 등 총사업비 362억원을 들여 신축, 지난달 21일 개원한 재활병원은 올해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제주도로부터 운영비 명목으로 1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계상해 놓은 상태다. 제주도가 재활병원 수탁기관을 서귀포의료원이 아닌 다른 민간병원으로 선정했다면 부담하지 않아도 될 돈이라는 점에서 도나 재활병원 모두 속이 쓰린 부분이다.

하지만 공식 개원하기 이전 진료를 시작한 지난 1월 첫째 주 91명에 불과하던 외래환자가 이달 첫째 주에는 413명으로 하루평균 82명에 이르고 1·2인실 10병상을 제외한 5인실 40병상 중 36병상에 환자가 입원, 90%의 병상가동률을 보이는 등 정상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재활을 돕는 물리치료사가 한정돼 있고 의사가 원장을 포함, 3명에 그치고 있는 현실에서는 거의 한계 수준이라는 병원측 설명이다.

재활병원은 특히 뇌성마비나 발달장애지연 아동을 위한 소아 낮병동이 눈에 띈다. 도내에서는 처음 만 1세에서 취학하기 이전 어린이를 매일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3시 30분까지 입원 개념으로 돌보는 소아 낮병동은 체계적인 치료를 통해 아동 재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성인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공의료기관이니까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이 이들 두 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비쳐지고 있는 가운데 경영개선방안이 절박한 과제임은 여전하다. 양 기관은 공공의료기관의 특성상 적자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남은 물론 재활병원의 경우 빠른 시일 안에 문이 닫혀 있는 100병상까지 풀 가동할 수 있도록 환자 유치와 함께 인력 확충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서귀포시민들뿐만 아니라 도민들까지 이들 공공병원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준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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