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김연아(24)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은 분명했다.
 
"아, 짜다."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시즌 최고점을 기록했다. 기술점수(TES) 39.03점, 예술점수(PCS) 35.89점을 받아 합계 74.92점의 성적을 받았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김연아도 점수에 불만을 느낀 듯 "아, 짜다"는 입모양으로 한 차례 속삭인 뒤 고개를 끄덕이며 신혜숙 코치를 보고 웃었다.
 
인터넷에서는 공분이 일었다. 김연아는 자신의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10점)에서 수행점수(GOE) 1.50점을 받았다. GOE는 기술요소 수행 정도에 따라 기본점수에 붙는 가산점이다. '복병'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는 김연아의 콤비네이션보다 기본점수가 낮은 '트리플 토룹-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8.20점)를 뛰고도 GOE에서는 김연아보다 높은 1.60점을 얻었다. 상대적으로 쉬워 기본점수가 낮은 점프를 실행하고도 높은 GOE를 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체전 여자 쇼트프로그램에서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가 김연아와 같은 콤비네이션 점프를 롱엣지로 뛰고도 GOE 1.40점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김연아에게 주어진 점수가 '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마지막 조 선수들에게는 비교적 과한 점수가 부여됐다는 것이다. 마지막 조 두 번째로 경기에 나선 카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가 큰 실수 없이 프로그램을 소화하자 심판진은 무려 74.12점을 줬다. 심지어 코스트너의 예술점수(PCS)는 김연아를 뛰어넘는 36.63점에 달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역시 74.9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기 종료 후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해외 언론들을 보더라도 객관적인 평가에서 김연아는 이미 차원이 다른 스케이터다. 다른 세계에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평가절하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속상하다. 다른 유럽선수들은 그에 비해 너무나 과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인배' 김연아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실수 없이 쇼트프로그램을 마쳐 다행"이라며 "앞 조에서 연기하면 불리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이제 와서 점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다 끝났다. 내일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SBS TV 화면. 쿠키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