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학교 교수, 논설위원
그리스 신화에서 겨울에는 땅이 죽어가고 곡식을 얻을 수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다른 계절에 비해 힘든 시간임을 틀림없는 것 같다. 헌데 이번 겨울에는 이 힘든 '겨울'을 더 힘들게 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바로 '눈폭탄'이다. 신문지상에서 강원도가 100년 만에 폭설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10일 동안 눈이 내려 1미터를 넘는 눈이 쌓여 교통이 끊긴 마을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자연적 재해는 올해에는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남부를 비롯해 워싱턴DC·뉴욕·뉴저지 등 수도권과 동북부 지역에 폭설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눈이 왔으면 미국인들은 이번 폭설을 눈(snow)과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쳐 '스노마겟돈'이라 부른다고 하겠나. 눈이 지구 종말을 가져올 정도로 대재앙이 됐다는 뜻이다.
이렇게 기후의 변화에 따라서 우리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보다 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이에 대비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공통되게 나타나는 자연재해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더 큰 재해가 있다. 소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이다. 17일 우리는 안타까운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바로 경주에서 발생하는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꽃다운 젊은 대학생들이 참변을 당했다. 정확한 원인이야 세밀한 조사를 해야겠지만 표면적인 이유는 기록적인 폭설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이고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미리 폭설에 대비해서 눈을 치우고 안전여부를 확인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우리보다 폭설이 더 자주 내리는 일본 같은 곳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한다지 않는가. 막을 수 있는 자연재해를 우리의 부주의가 더 큰 참사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에 의한 재해는 끝이 없이 발생하고 그 빈도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 제주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전 할 수 있는 세심한 계획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며 우리 도민들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할 시점이다. 자연재해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음은 자명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