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 예술·체육고, 대안학교 논의 시작돼야

도내 예체능 인재 진학 포기·타지역 전학 등 잇따라
연간 600명 학업중단 불구 단지 처방만…효과 미흡
 
도내 예술고와 체육고, 대안학교가 수많은 논의에도 헛바퀴만 돌아온 것은 학교 설립에 실질적인 인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교육청의 미온적 태도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설립형태에 대한 기초적인 로드맵도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제자리 수준에서 맴도는 지적과 토론만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기존의 문제제기에 대해 도교육청이 당장 답을 내리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관계기관·전문가 등과 함께 참여, 생산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갈피 못잡는 체육고 
 
수년째 지속돼온 체육고 설립은 체육계와 도교육청간 이견으로 제대로 협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체육계는 서귀포고 축구부 학생들의 집단 이탈과 다른 운동부 학생들의 일반고 포기와 전학이 잇따르면서 학생들이 원활한 체육활동을 하지 못해 학교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체육고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타 지역은 학교 신설 예산이 내려오는데 비해 제주는 교육청이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과 올해 순수 교육사업 가용재원이 420억원에 불과한 등 재원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공립학교 내 체육학급 외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술, 영재교육원만으로 역부족
 
예술고 역시 예산과 수요 부족을 이유로 교육청 내부에서 설립논의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안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예술고는 모두 28곳에 이르고 있고, 제주 지역 역시 최근 수년간 신설 여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읍면지역 학교를 예술특성화고로 개편하거나 아예 영어교육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국제예술학교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제주시학생문화원과 서귀포시학생문화원에서 운영중인 예술영재교육원과 일선학교의 예술 동아리, 오케스트라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예술영재교육원은 학교 정규교육이 아닌 데다 대상도 초등학교 5~6학년 40명으로 중·고등학생들은 제외돼 있다는 점에서 체계적이고 연계성 있는 예술교육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대안학교 근본적 처방 필요
 
2013년 제주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제주지역 학업중단학생수는 608명에 이르고, 최근 5년간 평균 6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이에 따라 도의회를 중심으로 대안학교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제주지역 대안학교 설립과 운영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서는 2012년 9월까지 도내 대안교육기관 수용인원이 300여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프로그램도 학생 현황에 비춰 매우 적은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대안으로 제시한 Wee스쿨의 경우도 1기수당 운영기간이 현재로선 4박5일에 그쳐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김봉철 기자

 

"예술·체육고와 공립대안학교 설립은 학생들 인권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윤춘광 제주도의회 의원은 "도교육청과 제주도는 예산과 학생 수요 등의 이유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교육문제를 이익과 손해로 접근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 "예술고나 체육고가 설립되면 도내 학생들은 물론 육지부에서도 올 수 있는 등 교육인프라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제주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양대 축인 제주도와 도교육청이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지금 길거리를 떠돌고 있는 청소년들도 제주 미래사회를 지탱할 소중한 인적자원"이라며 "그냥 방치하면 사회적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 대안학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어 "이번 6·4 도지사와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해 이제부터라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헌 기자
 

"체육·예술고, 대안학교 등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예산과 수요 확보는 쉽지 않은 문제다"

강위인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은 "고등학교를 세우고 나서 선수나 예술영재들 수요가 충분한지, 또 예산은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체육고를 예로들면 학교당 신설비만 800여억원 넘게 드는데, 그러면 복지 예산 등 다른 곳에 쓸 예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피력했다.

강 교육국장은 이어 "예술고 역시 시기상조다. 체육고나 예술고나 각종 운동시설, 악기, 전문지도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고처럼 운영돼기 힘들다"며 "수요를 먼저 예측하고 예산 등 긴밀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 교육국장은 또 "대안학교 설립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 용역을 발주한 상태로, 이달중 용역결과를 보면서 대응해 나가겠다"며 "사실 이런 논의 자체가 현직 교육감의 임기가 얼마 안남은 만큼 선거 이후 공통분모를 찾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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