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편집위원

미셸 리. 한국계 미국인인 그녀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워싱턴DC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불량학교 폐쇄, 학생 성적에 근거한 교사 평가, 성취도에 따른 교사 해고 및 성과급 지급 등 과감한 공교육 개혁정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그녀의 개혁정책 덕에 당시 미국에서 꼴찌 수준이던 워싱턴DC 공립학교의 성적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졸업률 상승과 함께 입학생도 크게 늘었다.

그리고 퇴임후 불거진 교육감 재임시절 성적조작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금 미국 교육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교원노조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던 그녀의 교사평가제는 현재 미국 38개 주 교육당국이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교육 개혁의 전도사'라는 찬사와 '무자비한 마녀'라는 비난을 함께 받을 만큼 그녀의 교육정책은 찬반논란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한사람의 의지가 한 지역은 물론 한 나라 전체의 교육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6·4지방선거가 두달 반 앞으로 다가왔다. 도지사와 도의회 의원 뿐만아니라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그런데 제주교육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영 분위기를 타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요동치는 도지사 선거판에 가린 탓이다. 게다가 후보는 난립하는데 지난 10년간 제주교육을 이끌었던 현직 교육감의 불출마로 유권자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되는 인물이 없는 이유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감 후보들은 정책 대결보다도 우선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마을 이장 선거보다도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감 선거는 도지사 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 선택권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교육 관련 각종 조례·규칙 작성부터 교직원 인사권, 1조원에 가까운 예산 편성권까지 갖고 있다. 중앙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 수 있다. 정부의 교원평가, 시간선택제 교사, 고교 다양화 프로그램,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 정책 등도 교육감의 입장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학원 야간교습시간 제한, 방과후 학교 운영 등도 교육감 손에 달려있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감을 뽑는 일에 유권자들이 너무 무관심하다. 난립하는 후보들과 정책부재를 탓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교육감 선거에 '빅이슈'가 없다지만 사실 지금 우리 교육계에 이슈가 아닌 것이 무엇인가. 아이들은 입시 위주 경쟁교육에 내몰려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한다. 공교육은 무너지고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 여러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난 많은 아이들이 그냥 방치돼 있다.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문제들이지만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저 지역의 교육감 한 사람을 잘 뽑는다고 이런 교육환경이 나아질 수 있을까. 굳이 앞서 언급한 미셸 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렇다고 믿고 싶다. 바로 우리 아이들 때문이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 갇혀 골병 들고 있는 아이들 말이다. 사실 교육감 선거는 아이들을 대신해 어른들이 투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교육감이 뽑혀 어떤 교육정책을 펼 것인지 선거의 결과는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 된다.

그러니 두 눈 부릅뜨고 이번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살펴야 한다. 후보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평소 이름 석자 정도 안다거나 지인의 부탁 등으로 무책임한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어떤 후보들이 선거에 나섰는지, 각 후보의 자질이나 공약·교육철학 등은 어떤지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꼼꼼히 비교·평가해보는 유권자로서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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