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불법 보조금 경쟁에 대한 징계로 지난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을 할 수 없게 된 가운데 알뜰폰 업체들이 보조금을 투입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번호이동 시장에서 막힌 보조금이 알뜰폰 시장으로 이동해 '풍선효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주부터 KT와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가 시작되면서 주말 사이 일부 알뜰폰 업체가 7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5만2000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출고가가 95만4800원인 'LG G2'와 팬택 '베가 시크릿업'에는 76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요금 할인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84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다.
 
알뜰폰 시장의 보조금 과열 경쟁은 예견된 일이다. 올 초에도 알뜰폰 시장에서는 50만∼60만원대 보조금이 등장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알뜰폰 시장이 아직 규제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며 보조금 단속을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18일 "통신시장이 그간 지적받아온 영업 행태를 알뜰폰 업계가 답습하면서 또 다른 과열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영업정지에도 시장 안정화가 요원해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영업정지가 시작되면서 알뜰폰 업체들은 요금제도 확대하는 추세다. 알뜰폰 전용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프리피아는 다음달 11일까지 SK텔링크 전용폰을 40% 할인 판매한다. 우체국도 최근 약정 요금제를 8종으로 기존보다 배 늘렸다.
 
하지만 보조금을 쏟아붓거나 요금제를 다양화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실제로 알뜰폰 업체들에 이익을 가져다줄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보조금 출혈 경쟁이 알뜰폰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업체당 가입자가 최소 100만명이 넘어야 한다. 그러나 알뜰폰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의 경우 가입자가 60만명, 2위인 SK텔링크는 42만명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알뜰폰의 경우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이통사보다 낮아 출혈이 더 큰 문제도 있다.
 
이통사들의 영업정지로 알뜰폰 시장에 흘러들어온 고객들이 영업정지가 풀린 이후에도 남아 있어 줄지도 미지수다. 사용자들이 잠시 알뜰폰을 쓰다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다.
 
이통사 영업정지 덕에 알뜰폰 업체들이 일시적인 반사이익을 볼 수는 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알뜰폰은 단말기 종류가 많지 않고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는 가격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최신형 단말기와 묶이는 LTE 요금제는 데이터를 저렴하게 쓰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알뜰폰의 경우 3세대(3G) 단말기가 중심이며, 통화료를 낮추기 위한 요금제가 대부분이다.
 
정부의 감시가 알뜰폰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7일 알뜰폰 업체 관계자를 소환해 지난 주말 보조금 경쟁을 촉발한 것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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