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25일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정부는 21일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우리 정부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에 미국 측이 주최하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로 했다"며 "이번 회담 시 북핵 및 핵 비확산 문제에 관해 의견 교환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처음으로 마주하게 됐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2012년 5월 13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회담 이후 22개월 만이다.
 
◇3국 정상회담, 한·일 위안부문제 협의채널 동시발표=정부는 3국 정상회담 개최 날짜에 대해선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미국 일본과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 의제는 북핵 및 비확산 문제이며, 양자 문제는 논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외교 당국이 다음 달 중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의를 위한 국장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사실도 이례적으로 함께 공개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늦게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가 대일외교 기조를 확고하게 유지해 온 결과 최근 아베 총리로부터 무라야마·고노담화 계승 입장 표명을 이끌어 냈다"며 "또 최근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4월 중순에 우리 측과 진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의 원칙에 입각한 외교적 노력과 일본 측의 어느 정도 자세 변화가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와의 일본군 위안부 협의채널 가동이 한·일 정상 간 만남 성사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우리 측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한·일 외교 당국 간 위안부 문제 협의에 대해 일본 측이 응해온 것이 일단 '진정성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상회담 발표 형식·주체 모두 이례적=앞서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발표 주체와 형식은 기존 관례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상회담은 청와대가 관례적으로 발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후 늦게 외교부가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을 공개하는 식으로, 형식 역시 공식 발표가 아닌 백그라운드 브리핑(배경설명)을 통해 이뤄졌다. 발표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 참석'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참석'으로 명기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 배경에 대해 "외교적 함의가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과거사에 대한 눈에 띄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노골적인 요구에 따라 수용한 한·미·일 정상회담을 청와대가 직접 발표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일 정상회담 전후로 한·중 정상회담도 열린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한·미·일 회동을 '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는 만큼 박 대통령이 한·미·일과 중국 사이에서 얼마나 외교적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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