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어린이재단 공동기획, 단비] 44. 지적·지체·시각장애1급 하얀이

어린손녀 간병·생계 유지
정부 보조금 턱없이 부족
경제사정 뇌수술 엄두 못내

▲ 하얀이 할아버지가 사무실에 놓인 긴 의자에서 손녀에게 두유를 먹이고 있다. 하얀이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능력이 떨어져 두유로 끼니를 대신하고 있다.
하얀이(8·여·가명) 또래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됐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할아버지의 가슴은 미어진다. 태어나 한 번도 혼자 세상에 나서보지 못한 아이여서 더 그렇다. 핏덩이던 하얀이를 지금껏 키운 할아버지의 소원은 하나, 하얀이 보다 1분 늦게 눈을 감는 일이다.
 
하얀이는 지적장애와 지체장애,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지금껏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소화 능력이 떨어져 두유로만 연명을 하면서 영양상태며 발육 상태가 또래에 크게 뒤쳐진다. 그런 하얀이는 할아버지와 지인이 사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에서 생활한다. 주거용이 아니다보니 생활하는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기에는 보통 주택보다 수월하다.
 
할아버지란 이름도 8년 전 불쑥 생겼다. 가출했던 10대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반가워하던 것도 잠시. 하얀이만 두고 다시 소식이 끊겼다. 50살이 되기 전에 할아버지가 된 것도 모자라 아직 목도 못 가눈 간난장이가 지적·지체·시각장애1급 판정을 받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온종일 아이를 돌보며 생계를 유지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젊은 할아버지'는 사회적 안전망 밖에 있었다.
 
하얀이 앞으로 장애수당이 나오지만 하얀이를 돌보고 치료비를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와중에 하얀이의 작은 머리에 물까지 차면서 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몇 번을 망설이다 입을 뗀 할아버지는 "수술만 받으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다는데 그것도 못해주는 못난 할아버지"라며 "평생 한번만이라도 '할아버지'하는 하얀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후원 및 재능기부 문의=753-3703(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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