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 강덕수(64) 전 회장과 전직 경영진 3명이 2조6000억원대 횡령·배임 및 분식회계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지난 2월 17일 STX 계열사들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50일 만이다. 'STX 비리' 수사는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이후의 첫 대기업 수사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강 전 회장과 STX그룹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변모(60)씨, 전 경영기획실장 이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분식회계를 주도한 STX조선해양 전 CFO 김모(58)씨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 등은 STX중공업에 지시해 자금난을 겪던 계열사들의 기업어음(CP)을 사도록 하고, STX건설과 STX대련 등에 거액의 지급 보증을 서게 하는 등 모두 3100억원가량의 손실을 끼친 혐의다. 이들은 회삿돈 540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과 6일 두 차례 강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해 주요 혐의 상당 부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STX그룹은 특히 2008∼2012년 STX조선해양·STX건설 등 계열사의 대규모 부실을 감추기 위해 총 2조3000억원에 달하는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알려진 분식 규모의 4∼5배에 달한다. 주로 부품·자재·원료의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 장부에 기재한 뒤 손실 발생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지 않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하고, STX그룹 계열사에 투입된 은행 자금이 10조원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빼돌린 540억원의 사용처 추적에 주력할 방침이다. 조만간 2009∼2013년 STX에너지·STX중공업 총괄회장을 지낸 이희범(65) 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재소환될 전망이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이 전 장관을 영입해 정·관계와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대출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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