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장

새누리당 소속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5일 6·4 도지사 선거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무소속에서 새누리당으로 옷을 갈아입은지 5개월여, 지난 3월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지 1개월여만에 불출마를 발표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와의 협력속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겠다"며 입당 및 출마를 선언했던 우 지사는 이날 불출마 이유로 지난달 13일 원희룡 전 국회의원이 출마를 위해 요구한 100% 여론조사 경선 결정을 제시했다.

당헌·당규의 국민참여경선을 요구했던 우 지사는 중앙당이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룰로 100% 여론조사 경선을 결정한 것에 반발, 이틀후인 15일 경선 불참을 선언하는 한편 한달 가까이 '탈당후 무소속 출마'와 '불출마'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우 지사는 결국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새누리당 당적은 유지할 것이며, 선거에 나오지 않았다고 정치생활이 끝난 것은 아니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또 같은 당 소속  원 예비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의 질문에 대해서는 "선거를 관리해야 하는 단체장으로서의 임무를 다할 것이다"며 "다만 제가 새누리당 당원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우 지사의 불출마 선언 직후 새누리당 도당과 야권 예비후보들은 존중의 뜻을 표명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우근민 지사가 역사적인 용단을 내렸다"며 "제주가 낳고 키운 큰 인물답게 우 지사의 결정은 단호했고 도민과 역사 앞에 당당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고희범 도지사 예비후보와 김우남 국회의원도 논평을 통해 "정치적 입장과 과정·이유를 떠나 우근민 지사의 불출마 결단을 존중한다"며 "다가오는 6·4지방선거에서 공정한 관리자로 엄정 중립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신구범 예비후보도 "10여년간 도정을 맡았었기에 불출마의 고충과 통 큰 결정에 대해 도민께서 따뜻한 격려를 보내줬으면 한다"며 "우 지사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당 소속 원희룡 예비후보 및 민주당 도당은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어쨌든 우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40여일 남은 도지사 선거는 여당과 야당 후보가 맞붙는 양자대결로 치러진다. 유력한 무소속 출마후보 없이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원희룡 예비후보와 오는 5월3일까지 고희범·김우남·신구범 예비후보가 참가한 가운데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간의 맞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야 맞대결 구도로 도지사 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한 우 지사의 행보에도 도민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1만2000여명의 지지자와 함께 새누리당에 입당한 우 지사의 불출마가 향후 선거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떠한 변수들이 추가로 나타날지 예측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 지사 역시 15일 불출마 선언후 "정치 인생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볼 때 출마는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정치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복선을 깐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공직선거법상 중립 의무를 지닌 현직 단체장으로서 같은 당 소속 원 후보 지원 입장을 밝히지 못하지만 내부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시각도 정치권에 존재한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고 표현하는 것 처럼 우 지사의 행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고, 적이 동지가 되는' 셈법이 정치판에 존재하는 탓이다.

출마를 선언했던 우 지사 자신도 중앙당의 100% 여론조사 경선 결정에 따라 불출마를 선택했듯이 내·외부의 환경변화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지, 다른 정치행보를 보일지 등 남은 선거 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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