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1급 허경회씨 딸 둘과 '가족 문집' 발간해
재능지원·감수 등 주변 도움 받아…긍정 사례 눈길

▲ 허경회씨 가족사진
'희망은 희망을 부른다'는 이 말이 현실로 옮겨졌다. 내 안의 작은 씨앗으로 남겨둘 줄 알았던 희망이 누군가의 관심으로 꽃을 피우고 또 다른 희망을 안기는 긍정의 파문을 가져왔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마음을 넉넉하게 채울 이야기는 지체장애인 1급 허경회씨(48) 가족에게서 들려왔다. 엄마 허씨가 두 딸 수진이(12), 예진이(15)와 함께 가족문집 「꿈이 담긴 보물 상자」를 통해서다.
 
글을 빌려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가족문집의 출발이 됐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고 남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허씨는 딸 둘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 연습장에 생각나는 것을 터놓고 말했다. 불편한 손에 조금은 더딘 속도지만 찬찬히 생각을 옮겨냈다. 그렇게 쓰기를 꼬박 8년, 연습장 속 이야기들이 시·수필 작품으로 세상에 나왔고, 그 중 도내 글짓기 대회에서 2차례나 대상을 수상하면서 허씨의 글솜씨는 이미 인정받았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글공부'는 시집과 수필집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게 전부였지만, 허씨의 글솜씨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변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다 지난해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사업인 성인장애인 재능발굴지원 '키움터 사업'을 통해 허씨의 '희망' 이야기를 응원하고 나선 것이다. 허씨를 닮아서일까 '글솜씨'가 탁월했던 딸들의 이야기까지 담아 가족문집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서툰 글들은 김길웅 시인이 직접 감수에 나서면서 한 권의 책이 완성됐다.
 
가족문집 속에는 불편한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대신 엄마를 사랑으로 보듬는 두 딸의 사랑이 일기와 편지 형식의 글로 가득하다. 허씨 역시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시와 수필에 옮겨내며 끈끈한 가족애를 드러냈다.
 
허씨는 "누가 봐주길 바랬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내게 돼 정말 기쁘다"며 "관심과 도움 주신 분들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예고 없이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다른 장애인들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며 또 다른 희망을 응원했다.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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