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서 ㈜아이부키 대표, 논설위원

'경제는 혁신을 중심으로 발달한다'는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의 말처럼, 혁신은 현대인의 삶 깊숙히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더 자주 변화를 꿈꾸고 더 유연하게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아이러니를 받아들여야 한다. 대부분은 '이대로'를 더 좋아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슘페터의 말처럼 경제는 혁신을 통해 성장하며 사회는 개혁해야 발전한다. 변화를 반대하던 사람들도 결국은 사회 혁신의 세례를 받게 된다. 변화에 반대하던 사람들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혁신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제 곧 선거철이다. 후보들의 현수막에는 '변화' '새로운' '바꾸자'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정치인들 역시 시대의 흐름을 알고 있다. 흐름은 방향을 가진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은 어디일까. 단지 바꾸자고만 해서는 공허하다. 방향을 짚어야 한다. 방향을 제대로 짚으면 사회는 개혁에 성공하고 그 흐름에 올라탄 정치인과 사업가는 힘들이지 않고 성취를 맛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 혁신의 방향·변화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출마자들이 주장하는 '변화'라는 구호가 가리키는 구체적인 지점이 어디여야 하는가. 노자의 말을 곱씹어보자.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역설은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담고 있다. 딱딱하고 완고한 것은 전통과 권위이며 부드럽고 유연한 것은 전통을 깨는 혁신이다. 현대의 끊임없는 혁신은 유행이라는 흐름을 형성한다.

유행은 무엇이 선도하는가. 디자이너고 혁신가다. 그들이 혁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누구인가. 기존의 것에 만족하지 않는 까다로운 수요자가 그들이다.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소비자가 그들이다. 권력의 이동을 즐기는 타고난 혁신가가 그들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트렌드를 주도하며 어른보다는 어린이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통보다는 그것을 깨는 예술가들이 사회를 유연하게 한다. 이것이 방향이며 우리의 미래다. 이러한 키워드를 이해해야 창의해낼 수 있다.

곧 한국 상륙을 앞둔 '이케아(IKEA)'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적 가구기업 이케아는 전통적인 가구와 반대 방향의 전략을 통해 현대성이 반영된 생활 양식을 창조한다. 전통과 권위를 옹호하고 남성과 권력 취향이 담긴 장인적 가구가 아닌, 가볍고 발랄한 디자인으로 어린이와 여성의 취향을 반영하는 새로운 개념의 가구를 만들어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케아는 가구라기보다 어른들의 레고블록과 같다. 이케아의 성공에 담긴 핵심은 분명 어린이와 여성취향, 유연함과 혁신이다.

서울시 타요버스의 성공에도 이러한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단지 기존 버스에 타요 캐릭터의 눈코입을 그려넣었을 뿐인데 반응은 폭발적이다. 아이들은 한층 발랄해진 도시 공간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공룡이든 뽀로로든 새로운 것에 지지를 보낼 열린 마음이 있다. 민감한 소비자들은 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형성한다. 여성·어린이가 혁신의 키워드다.

권력의 굳센 성벽이 세워져 도무지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던 시대에 혁신은 용납되지 않았으며 권위를 비호하는 전통·규율·도덕이 사회의 제일 가치였다. 그 반대 편에 어린이와 여성과 예술이 있었으며 이들은 무시되고 천대받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혁신은 딱딱한 개발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여성과 예술가와 어린이의 시각으로 위압적인 사회를 유연하게 바꿔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근엄함·전통·권위와 같은 말을 긍정하고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방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개혁은 길을 잃고 창조는 공허해진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한 공약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여성·소수자·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조직해야 진정한 혁신이고 지속가능한 성공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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