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 명시된 내용으로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조문이다. 때문에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가지며, 이러한 의무는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특히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해야 하며,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의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2010년부터 진행된 제주예비검속사건 관련 소송을 보면 국가가 과연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최근 제주예비검속사건으로 숨진 고모씨의 부인과 자녀 등 원고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학살사건인 제주예비검속사건 희생자 유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첫 확정 판결이다.

재판부는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제정해 수십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가가 제주예비검속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라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국가는 그동안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피해회복 이행을 거부, 국가에 대한 불신을 자초해왔다.

재판부도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할 수 없다"며 피해회복 선언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를 비판했다.

국가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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