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정치평론가, 21세기한국연구소 소장, 논설위원

세월호는 인천에서 제주를 왕복하던 대형 여객선이었다. 지난 일주일동안 우리들의 눈과 귀는 세월호의 '대형참사'에 맞춰졌다. 세월호와 함께 우리들의 관심도 진도 앞바다로 흘러갔다. 대형참사 사건은 전체적으로 우리들의 관심을 앗아갔고 그 가운데서도 선장의 불분명한 판단이 주목된다.

문제는 모든 승객들이 구조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심각한 대형참사로 귀결됐다. 항해사와 조타수 등 선박의 기관에 근무하는 중요 직원들은 학생들과 승객들이 먼저 탈출을 시도하기도 전에 그들을 객실에 묶어 놓았다. 먼저 탈출을 시도하는 파렴치한의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의 기관 직원들이 탈출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성공'은 수많은 사람들의 비극적인 참사로 결론나고 말았다. 세월호는 제주관제센터와 진도관제센터와 통신을 했다. 그때마다 전문가들의 첫번째 질문은 학생들과 승객들을 탈출시켰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은 선장이 승객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생각을 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발생 직후부터 시작된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태도를 지적할 차례다. 처음에는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탑승객의 숫자를 가지고 춤을 췄다. 지금은 국무총리가 책임자인 비상대책본부다. 아울러 그곳을 방문하는 고위급 인사들은 결코 휴가차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실종자가족을 분노케한 안전행정부의 국장사건이 터져 그 국장은 해임됐다. 이 사건은 결국 우리나라의 생활습관화된 안전불감증의 문제로 분류할 수 있다.

지금 6·4 제주도지사 선거의 예비선거운동기간이다. 이때 이런 비상사태가 터져 도지사 후보, 또는 예비후보들의 대응양상이 중요하다. 원희룡 후보는 머리가 좋고, 높은 학력고사 실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실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행정능력에 대해서 아직 확신을 가져 보지 못했다. 그 대신 그는 인재의 원천이라는 서울 법대 인맥의 일원으로서 움직여 왔다. 필자가 볼 때 원희룡 후보가 진심으로 제주 유권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가 아직도 불분명하다.

제주도를 야당의 근거지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제주 4·3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과 정동영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4·3위원회 폐지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원희룡 도지사 예비후보는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원희룡 후보는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인 2008년 130명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제주4·3위원회 폐지를 골자로 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제주4·3 위령제 행사에 단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서 강정마을회는 4월14일 성명을 내고 "원 후보는 해군기지 해법 관련 진정성을 스스로 입증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 정치는 유권자들이 괸당정치·동네정치·세대정치·계층정치가 혼재돼 있다. 이런 혼란된 상황에서 과연 자신의 이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정권교체가 쉽게 이뤄지는 정치가 보다 민주화에 가깝다. 그런데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다는 절망감이 정당의 기초에 깔려 있다. 이 문제는 지금 심각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림자 정부의 모습을 실감있게 보여줘야 한다. 그림자 정부는 바로 정부를 구성해서 연습없이 출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와 신구범 예비후보의 경쟁은 과연 어떤 쟁점으로 진행될까.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그들 후보들에 대해 나름대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표를 던지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후보가 제주도의 통합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통합이 인사문제를 먼저 건드리지는 말아야 한다.

제주도로 가는 항로도 보다 안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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