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들 불쌍해서 어떡해…"

23일 안산 올림픽 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렬이 종일 이어졌다.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연신 "어떡해…"를 외치며 못다 핀 꽃들의 희생을 애도했다. 
 
오후 5시가 넘어가자 하루 일과를 마친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속속 조문행렬에 동참하면서 분향소는 더욱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임시 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들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희생자들을 지켜주지 못한 회한과 통탄의 표정이 역력했다. 
 
단원고 교사들은 제자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단원고 학생들 역시 소중했던 친구들과 선후배를 잃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각계 인사들도 조문행렬에 동참 
 
오전 분향소를 방문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침통함에 한 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번 사태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희생된 아이들과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지니게 된 가족분들께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일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하고, 남은 실종자 분들의 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 상록을)은 "세월호만 침몰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침몰된 것과 같고, 아이들이 실종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실종됐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밝히고 어떻게든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태를 오판하고, 아이들을 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왜 구하지 못했는 지를 납득할 수가 없다.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탤런트 차인표.신애라 부부도 조문행렬에 참여했다. 차씨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고 저 같은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희생돼서 죄스럽게 생각한다."며 애통한 심경을 밝혔다. 
 
그 밖에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문재인 의원 역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이들 모두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슬픔을 함께 나누며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희생된 학생들을 내 자식, 내 가족과 같이 여기며 흐느껴 울었다. 분향소 밖 벽에는 '사랑하는 대한의 아들 딸들아, 미안하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쉬렴', '미안하다 어른들의 불찰로…' 등과 같이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살아있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쪽지들로 가득했다. 
 
안산에서 25년 거주했다는 김형래 선민교회 목사는 "교인 8명이 이번에 사고를 당했다. 이중 4명이 학생이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며칠 전 교회 강단에 섰는데 그들의 빈자리를 보고 뭐라 할 말이 없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같이 손잡고 우는 수 밖에 없었다"며 슬퍼했다. 
 
실종된 학생 중 두 명이 아는 학생이었다는 김양우 할머니(61세)는 "너무 가슴이 아파 뭐라 말 할 수가 없다. 다 얌전하고 예쁜 효녀들이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산 게이트볼연합회에서 왔다는 70대 정 모 할머니도 "나도 자식, 손주들이 있지만 정말 너무 안타깝고 정말 할 말이 없어..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가 또 있어..왜 그렇게 학생들을 많이 보내서 왜 이렇게 참혹한 걸 만드느냔 말이야"라며 울먹였다. 
 
같은 날 분향소를 방문한 외신 기자들 역시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다. 일본 TBS의 외신 기자는 분향소를 찾은 직후 눈물을 멈추지 못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미국 CNN 기자는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안산의 커뮤니티 붕괴 문제를 집중 취재하며 희생자들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한 손에는 국화꽃이, 한 손으로는 눈물 닦기에 바쁜 추모 행렬은 오후에 더 길어졌다. 하루 일과를 마치거나 중단하고 찾아 온 조문객들은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흐느껴 울며 분향소를 떠났다. 
 
바닷속에 잠긴 세월호 희생자들은 우리 모두의 가족이자 친구였다. 조문객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희생자들을 추억했다. 
 
◈ 다 우리 가족 친구들인데… 안타까운 사연들 
 
이번 사고로 친한 동아리 후배를 잃었다는 단원고 여학생은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후배와 동아리 축제도 준비하고 함께 장난도 쳤는데… 너무 참담하고 불쌍하다.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마음 아파했다. 
 
안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김 모씨는 "많은 동료 원장님들이 '우리가 예전에 돌봤던 아이들이 사고로 희생됐다'며 슬퍼하고 있다. 이렇게 먼저 아이들을 떠나 보내고 나니 '내가 왜 이런 직업을 택했는가?'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산 시민인 엄 모씨(56세 여)는 세월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뒤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강 모 교감선생님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엄 씨는 "고인은 8년 전 우리아이의 도덕선생님이셨다. 굉장히 책임감이 강한 분이셨고, 우리 아이에게 ROTC에 가라고 권유하셨던 기억도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처음 뉴스 보도를 봤을 때 대부분 구출 됐다는 보도를 보고 안도했는데 오보였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왜 빨리 구조를 하지 못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아이들은 결국 우리 곁을 떠나고야 말았다. 더 이상 말이 없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미안하다, 용서해다오'라는 말을 되뇔 수 밖에 없었다. 환한 미소로 웃고 있는 학생들의 영정 사진 앞에는 지금도 국화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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