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극적 구조 권모양 어머니 시신 수습
일가족 제주서 새로운 삶 물거품 '안타까움'

구조된 이후 줄곧 불안한 표정으로 '사람'을 찾았던 다섯살 꼬마는 더이상 "엄마"를 부를 수 없게 됐다.
 
세월호에서 가족과 떨어져 극적으로 홀로 구조된 권모양(5)의 어머니는 끝내 싸늘한 주검이 되서 딸 옆으로 돌아왔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23일 오후 11시50분께 합동구조팀은 세월호 선내 수색과정에서 한모씨(29)의 시신을 발견,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이송했다.
 
유가족은 24일 오전 2시께 한씨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고, 한씨는 팽목항 임시 안치소에 안치돼 있다. 유족들은 실종된 권양의 아버지(52)와 오빠(6)의 생사를 확인하는 대로 한씨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장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서 제2의 삶을 꾸리려던 권씨 가족의 꿈은 그렇게 접혔다. 지난 3월 주소지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로 옮긴 뒤 남은 짐을 정리하던 차에 변을 당한 것이라 권씨 가족을 알고 있는 제주 지인들 역시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씨는 배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린 딸을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히고 탈출을 도왔을 만큼 '강한 모성애'를 보였었다. 동생을 위해 구명조끼를 양보했던 한 살 터울 오빠와 아빠의 생사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으면서 이들 가족의 아픔을 깊게 하고 있다.
 
또 지난해 6월 서귀포시 중문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제주 정착을 준비하던 이모씨(51·여) 역시 일주일 넘는 구조 기간 동안 '실종자' 명단을 지키고 있다.
 
이씨의 아들과 권씨 가족을 포함한 10여명이 현재 진도 실내 체육관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제주도는 진도 현지에 사고수습대책반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진도 현지에 파견된 제주도 관계자는 "행여 시신조차 찾지 못할까봐 초조한 마음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희생이 컸던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면서 정보를 얻기도 힘겨운 상황"이라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모습에 도움조차 조심스럽다"고 안쓰러운 마음을 전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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