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단의 노쇠화와 특정 장르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등단한 신인작가들의 평균 연령은 48.9세. 신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제주 문단에 늦깎이 등단은 보편화된 현상이다.

이러한 늦깎이 등단에는 특정 장르의 편중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등단한 신인작가의 60% 이상은 수필 부문에 치중되고 있다.

특정 장르 편중은 지역 문단의 고른 발전을 기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문단의 세대교체와 패기 있는 신인 작가의 발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인 작가 발굴이라는 점에서만 본다면 지역 문단이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도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각종 문학상 공모의 응모작 현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재 도내에서는 제주문인협회, 제주작가회의, 제주수필문학회, 한라산 문학동인, 한라일보사 등이 문학상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문학상은 중앙 문단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작가들에게 발표 기회를 부여하고 지역 문단에 새로운 얼굴을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공모전을 통해 새롭게 발굴된 신진 작가들은 중앙문단과는 다른 제주문단만의 고유성을 지니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응모작 대부분이 시와 수필 부문에 편중되면서 제주 문단의 고른 발전을 기한다는 제정 취지가 다소 퇴색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문학상에는 시 부문에 70여편의 작품이 응모된 반면 소설 부문에는 단 6편의 작품만 응모됐다.

이처럼 점차 심화되고 있는 제주 문단의 특정 장르 편중은 제주 문단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이라는 것이 문인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문단의 구조적 병폐와 맞물려 전반적인 지역 문단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소설가 A씨는 “영화와 인터넷 등 매체의 다양화가 상대적으로 문학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보편적 현실”이라며 “특정 장르를 폄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되려는 예비 문인들의 대부분 시와 수필에 편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도내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도 본격문학을 하려는 학생들은 줄어드는 것도 지역 문단 침체의 한 원인이다”고 밝혔다.

신인이라 할 수 있는 20·30대들이 소설과 평론 등 품이 많이 드는 장르를 기피하는 대신 50·60대 이상의 장년층에서 시조와 수필 등의 장르를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또 작품 발표기회를 가지기 어려운 지방의 예비 문인들을 상대로 작품을 실어주고 그 대가로 잡지를 판매하는 일부 문학 잡지들의 행태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잡지들은 충분한 문학적 수련 없이 쉽게 등단하려는 지방 예비 문인들에게 지역 사회에서 문사로 대접받는 통로로 여겨지고 있다.

“새롭게 등단하는 작가들은 많지만 제주 문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작가들은 발견하기 힘들다”는 한 문인의 자조는 제주 문단의 정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역 문단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문인들의 다각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