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 논설위원

애통하고 미안할 뿐이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을 포함해 국민 302명이 차디 찬 바다 속에서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국가는 단 한명의 국민도 구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 달이 돼가고 있지만 아직도 시신 수습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재난구조 시스템은 없었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최소한의 양심조차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사실 이러한 비극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93년에 서해훼리호 사고로 292명이 수몰된 이후 20년 만에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 성수대교와 삼품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최근의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등 대형 참사가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사고들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것이다. 국민 없는 국가, 국가 없는 국민인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해양운송의 구조적 모순과 적폐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은 선사와 선원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근원적인 책임은 선박의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하고 감독하는 정부기관들, 즉 해경, 인천해양항만청,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그리고 해양수산부 등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20년 중고 선박을 고쳐서 해운을 하는 것도, 객실을 증설하고 화물을 3배 이상 초과해 적재하는 것도, 항로를 독점하려고 로비를 하는 것도, 전직 관료가 지휘 감독해야 할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러 가는 것도, 그리고 구조 활동이 우왕좌왕하고 무사안일과 보신 행태도 모두 그 놈의 돈 때문이다. 화물 과적에 대해 돈이 되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싣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강변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물론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그 많은 대형 참사는 돈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비인간화의 참극이다. 맘몬은 성경에 등장하는 돈의 신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는 맘몬을 숭배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라고 교육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오직 돈 벌기에 몰두하도록 내몰고 있다. 예수가 가장 우려했던 것이 맘몬의 인간지배였지만 우리 사회는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경시되는 맘몬의 세상을 방치하고 부추겨왔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윤리와 직업윤리, 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돈 보다는 인간 중심 등의 주장은 좌파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매도당하는 첩경이었다.

사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최고의 극성기를 누렸던 신자유주의는 서구에서 이미 폐기됐거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2005년 뉴올리언즈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해 1836명이 희생되는 대재앙 이후에 부시 행정부와 신자유주의적 보수주의 동맹이 몰락했다. 그리고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의 종언이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오히려 이때부터 신자유주의 세계경제를 신봉했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랜들리라며 세월호 같은 노후선박 연한 연장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했고 박근혜 정부도 무규제 및 탈규제 정책으로 일관해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공격하며 맘몬의 하녀, 자본의 머슴을 자임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의 기본 구조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필요한 때이다. 돈보다는 생명을,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사회적 형평성을, 경쟁보다는 협력과 연대를, 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를 쫓아야 한다. 삼가 명복을 빌면서 돈이 아닌 인간 중심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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