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실장 겸 서귀포지사장

세월호 침몰사고로 사실상 중단됐던 6·4지방선거의 선거운동이 조심스레 재개되고 있다. 후보가 난립한 교육감선거는 아직도 당선권으로 점쳐지는 후보자가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도지사선거는 원희룡 새누리당 예비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예비후보 양자대결의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원 예비후보가 신 예비후보를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누르면서 돌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변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교육감은 물론 도의원선거도 대부분 오리무중인 상태로 분석되고 있는 반면 도지사선거는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시민들은 누가 행정시장으로 예고 혹은 임명될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7조(행정시의 장)는 제18조(행정시장의 예고 등) 규정에 의해 임명된 행정시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8조는 '공직선거법에 의한 도지사 선거(재선거 및 보궐선거를 포함한다)의 도지사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자는 행정시장을 행정시별로 각각 1인을 예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지방자치단체인 종전 시·군이 폐지되면서 기초단체장, 기초의회의원 선출권을 빼앗긴 주민들에게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던 행정시장 예고제는 현재 명맥만 겨우 유지되고 있다.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태환 무소속 후보와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가 각각 행정시장을 예고, 김태환 후보가 당선된 이후 2010년 6월 2일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도지사 후보 누구도 행정시장을 예고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이번 6·4지방선거는 '절반의 예고'를 예고하고 있다. 신구범 예비후보가 오는 15·16일 후보자 등록 때 행정시장을 예고하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원희룡 예비후보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원 예비후보가 행정시장 러닝메이트제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도지사 당선 이후 현 행정체제에 대한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캠프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표면적 이유와 달리 행정시장 예고 시 이미 캠프에 자신의 지지자들이 대거 합류한 우근민 지사, 김태환 전 지사는 물론 당내 도지사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경택·김방훈·양원찬 예비후보측과 갈등이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예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모에 의해 임명한 행정시장에게는 임기를 보장하지 않아도 됨에 따라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것도 행정시장 예고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행정시장 예고가 임의 조항이어서 원 예비후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오롯이 그의 자유다. 하지만 이미 떨어질대로 떨어진 행정시와 행정시장의 위상, 기능 그리고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시장을 예고, 최소 2년의 임기는 보장해줘야 할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현직을 포함해 제주시장 5명, 서귀포시장 7명 가운데 2년 이상을 채운 시장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와 공무원노조를 포함한 공직사회조차 행정시장이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로 변하고 있다며 도지사와 임기를 같이 하는 등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도지사 선거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교육감 및 도의원 선거 투표율이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가 명실상부한 축제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원 예비후보도 행정시장을 예고, 유권자들의 발길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려한 개인적 스펙과 세대교체를 바라는 시대적 추세와 맞물려 본인도 깜짝 놀랄 만한 사상 최고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그가 '부자 몸조심'을 하며 끝내 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릴지, 아니면 '밑지는 장사'를 불사하며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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