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논설위원

제주는 이제 확실히 국제적인 관광지이다. 빠른 경제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의 방문객이 외국인 내방객의 대부분인데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국토가 넓고 인구가 분산된 모습이 미국과 흡사한데 비해 중국의 여객항공 운송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수준에 접근하려면 관련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제주의 하늘길이 앞으로 더 복잡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닷길도 만만치 않다. 정기적으로 취항하는 선박들에 더해 점차 대형 크루즈 선들이 운행되고 있다. 40여년 전 통통배 수준의 작은 여객선을 처음 타보았던 필자가 몇해 전 대형 카페리선을 이용해보고 그 규모에 크게 격세지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대참사를 보고나니 안정감이 거짓이었다는 느낌이다.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동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교통수단의 왕래가 급증한다. 비례해 대형사고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짧은 기간에 급증한 교통량에 비해 경험이나 대비가 모자라면 대형 사고의 가능성을 커진다.

실제로 역사상 제일 희생자 수가 많았던 항공기 사고는  휴양지인 카나리아 군도의 테네리페 공항에서 1977년 발생했다. 당시 그 지역의 큰 공항의 폭발사고로 작은 테네리페 공항에 다수의 여객기가 임시로 기착했었다.

그런데 대형항공기들이 다시 출발하려는 과정에서 승객과 연료로 가득찬 미국과 네덜란드 항공사의 보잉 747기 두 대가 지상에서 충돌하면서 583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가시거리를 가리는 안개, 관제탑과의 항공기간 교신내용에 대한 자의적 해석 등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통해 들어난 문제점들은 그 이후 항공기와 관제탑과의 교신, 이륙절차 등의 측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륙준비 중인 항공기와 관제탑과의 교신에서 이륙이라는 표현 'take off'는 실제 비행기가 이륙하는 단계에서만 사용하도록 하고 그 외에는 출발이라는 'departure'라는 표현을 쓰는 국제규범이 만들어졌다.

여객선의 예는 떠올리기고 싶지 않은 세월호의 경우가 있다. 해외의 경험을 보면 크루즈선이 사고도 그리 드물지 않다. 이탈리아 해안에서 어처구니없이 침몰해 희생자를 낸 코스타 콘코디아호 사건은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이다.

제주지역의 하늘과 바닷길이 대형 항공기와 선박들로 바빠지고 있는 것이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것이다. 각종 교통수단이 집중되는 제주의 경우 안전 문제는 특성이 있다. 즉, 제주는 상주인구가 서울의 큰 구 정도인 반면 각종 운송수단의 왕래가 빈번해 대형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은 국내 어느 대도시에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인구에 비례해서 재난대비 장비가 분포한다면 제주지역에 배치되는 장비는 사고 가능성에 비해 턱 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제주는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필요할 때 타 지역에 위치한 장비들을 신속하게 가져오는 것이 용이치 않다. 기상조건이 나쁠 경우 더 그렇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자칫 제주지역이 만약에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한 대비가 턱없이 모자랄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따라서 안전을 책임지는 담당자들이 안전관련 원칙과 규정준수를 다른 어느 지역보다 더 엄격히 요구하는 예방조치 강화로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주지역 내에 있을지 모를 큰 사고에 효과적으로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와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 항상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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