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최근 각종강연회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직 간접적으로 밝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미묘한 농도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현 단계에선 당내 지지기반 확대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김 대통령의 정치이념과 정책 등에 대해 `차별화"보다는 `계승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각 주자들은 앞으로 대선에 내놓을 정치이념과 비전, 정책을 다듬어갈수록 김대통령의 이념과 정책에 대한 취사선택을 더욱 분명히 함으로써 저마다 색채를 더욱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차별화냐 계승이냐"는 질문을 거부한다. 시대정신에 따라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은 `구별"될 수밖에 없는데 차별화냐 계승이냐는 질문은 정치적 피아를 가리기 위한 정치적 질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은 최근 한 지식인 집단과 일문일답식 토론에서 김대중 정부의 분야별정책에 대한 평가를 주문 받고 대북포용정책에 대해선 전폭적인 지지입장을 밝히면서도 재벌규제정책, 교육정책 등 일부 분야에 대해선 차별화된 입장을 나타냈으며, 특히 공공개혁에 대해선 `거의 착수조차 못했다"고 가장 비판적 평가를 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의 입장은 `비판적 계승론"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이 위원측은 `차별.계승"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추진과정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
김 대통령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출신으로, 김 대통령의 정통성을 계승할 적임자로 자처하고 있는 만큼 `확실한" 계승론에 속한다.

한 위원은 최근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 기자간담회 등에서 "`리틀 DJ" `동교동계"라는 꼬리표가 나에겐 마이너스 작용을 하고 있으나 김 대통령이 평생의 정치스승이고 그 밑에서 정치를 배운 만큼 나에게 불리하다고 차별성을 얘기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도저히 내 성격에 안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16일 전주 방문에선 기자들의 질문에 "시행착오를 줄이는 선에서 계승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중권(金重權) 최고위원
김대중 정부 들어 청와대 비서실장, 당 대표를 지낸 만큼 확실한 계승론자 범주에 들어가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한 위원과 비슷한 입장이다.

김 위원은 특히 지지기반이 반(反)DJ 정서가 강한 대구 경북이기때문에 결국 차별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최근 한 시사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영남의 반DJ 정서를 감안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듣고 있지만 대통령을 외면하거나 비판하면서 개인적인 인기를 높이고 싶은 생각은 없으며, 그렇게까지 하면서 정치를 하고 싶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흔들림 없는 개혁노선 견지를 통해 `DJ 개혁노선"의 계승론자에 속한다.

김 위원은 김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해 "개혁과정에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개혁을 하면 당이 망하고 개혁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로 `표 떨어지는" 개혁지속의 불가피성을 역설해왔다.

그러나 그도 1인 보스정치 및 지역주의 타파, 계보정치 해체 등을 내세워 김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선 노 위원보다 더 비판적 입장에서 차별화 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최고위원
의약분업과 햇볕정책, 재벌개혁정책 등 김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과 국정운영 노선을 가장 열성적으로 대변해왔다.

노 위원 스스로 항상 "내 색깔은 김 대통령과 흡사하다. 특히 정책과 노선은 아주 비슷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당과 정치를 운영하는 스타일은 좀 다를 것"이라고 정치 스타일에서 차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한 강연에선 "내가 집권할 경우 추상적인 원칙보다는 `모델"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보일 것이고 주로 갈등의 현장에서 해법을 찾는 `현장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김민철 이강원 고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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