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재 농협제주지역본부장

제주 봄 들녘이 낯선 사람들의 방문으로 부산하다. 일손 부족과 치솟는 품삯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농가를 돕기 위한 일손돕기 인력들이다. 단비다.

매년 영농철이면 농업인의 가슴은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답이 없어 더 답답하다.

밭작물 위주인 제주농업 특성상 3월말 양파수확부터 마늘 수확이 마무리되는 6월까지가 농촌 인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다. 인력 수요가 일시에 몰리는데 반해 농촌 노동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농촌 고령화·부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영농철 일손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올해는 그 상황이 유독 심하다. 농번기이지만 6·4 지방선거가 겹치면서 '사람'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6·4 지방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선거운동원이나 행사요원 등 선거 단기인력과 자원봉사 등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손이 필요한 시기에 사람은 없고, 품삯까지 오르는 악순환과 월동채소로 시작된 수급 불균형·가격폭락 도미노로 의욕을 상실한 지역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땅이 있고 수확할 농작물이 있지만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는 것이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이에 제주농협은 농촌의 일손지원을 위해 매주 수요일을 '농촌 일손지원의 날'로 정하고 전사적으로 일손 지원에 나서고 있다. 마늘 비주산지 농축협 직원들이 주산지 일손을 지원하는 수눌음을 펼칠 뿐만 아니라 중앙회, 농협은행, 농축협에 각 계열사까지 마늘수확 현장 지원을 위해 항시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농협 직원 400여명이 나서 마늘농가 22곳의 9만9000㎡(3만평) 마늘 밭에서 수확을 도왔다.

또한 농협에서는 농촌지역 농번기 필요 인력을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유·무상 인력, 자원봉사자 등을 현장에 중개하는 자체 농촌인력중개센터 운영을 통해 도시의 유휴 인력을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알선해 주고 있다.

올해 제주농협은 농촌일손돕기에 군인 1700명·대학생 1500명·법무부 제주보호관찰소 사회봉사대상자 1300명·농축협 임직원 2000명·기타 1000명 등 약 7500명을 농촌현장에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손이 궁한 지역농가들의 인력 갈증을 해결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나머지는 지역의 도움으로 해결해야 한다. 공공기관·기업·학교·군의 농촌 일손지원은 농촌과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새로운 지역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6차 산업'의 긍정적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페이스 메이커'로 상생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

'1차 산업'은 제주의 뿌리 산업이다. '제주'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밑그림이기도 하다. 그 과정은 마라톤과 같다. 혼자 달리면 힘이 든다. 호흡이 달려 주저앉기라도 하면 쉽게 일어나기도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발을 맞춰 함께 뛰면 없던 힘도 생기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기도 한다. 제주농업 발전과 농촌 활력화를 위한 작은 관심과 일손 나눔은 건강한 제주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상생의 가치를 만들고 우리의 생명산업인 농업·농촌을 지키는데 큰 힘이 되는 농촌 일손지원에 도민·기관·단체·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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