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전 애월문학회장, 시인, 논설위원

   
 
     
 
오월의 태양 아래 신록의 노래는 생명을 구가하는데 이 땅의 슬픔은 하늘을 가리고 있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다가 끝내 울고 말았다. 밀려드는 공포 속에서도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 학생과 그 학생들을 사랑한 교사와 책임과 의무를 다한 승무원과 순직한 민간 잠수사의 이름을 부르다가 그만 목이 메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도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판 광우병 파동' 촛불시위를 시도하는가 하면, 어느 철학자는 "분노하라! 거리로 뛰쳐나가라!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선동하고 돌팔매질을 해댔다. 물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관계기관끼리의 불협화음과 우왕좌왕하다가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은 비판 받아 마땅하고 백번 사죄해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증오의 언어로는 분열과 갈등만 부추길 뿐 상처의 치유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로 세월호 참사 41일째, 아직도 실종자 수색이 끝나지 않았고 유가족과 국민적 트라우마는 언제면 치유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세월호 참사의 내면을 응시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번 참사는 인재이다. 오래전부터 진행돼오던 것이 이제야 터졌을 뿐이다. 270만원짜리 선장을 쓰는 해운사나 생명을 담보로 온갖 부조리를 눈감아 준 '관피아' 구조는 나라 안 구석구석 똬리를 틀고 있다. 우리는 기억한다. 성수대교의 붕괴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이 모든 사건은 우연히 일어난 천재지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롤모델로 삼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장담하던 대통령들은 다 어디 갔는가. 불행히도 우리의 헌정사에서 불명예 퇴임한 대통령만 만나왔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공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역사에 우뚝 설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나는 감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부탁드린다. 그것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믿고 싶고,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국민적 아픔을 치유하고 돈 몇 푼을 자랑하는 나라가 아닌 성숙한 국민, 깨끗한 나라, 자살률 1위에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 명실공히 선진 한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증오의 언어를 버리고 사랑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안에 있던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도 '사랑'이었다.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보낸 메시지 역시 모두 '사랑'이었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어떡해, 엄마 사랑해!"이다. 우리가 배워야할 언어, 이 땅의 슬픔을 치유할 언어이다. 그리고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20년 후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시험을 위한 교육, 간판을 위한 교육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훌륭한 대학을 나와서 권력의 핵심에 있던 사람, 촉망되던 사람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감옥으로 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이 달라져야 미래가 있다. 인성교육에 치중해 참된 인격자를 양성하는 교육을 통해 양심적인 기업가, 존경을 받는 교육자, 봉사정신이 투철한 관료,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정치가, 법을 잘 지키는 국민으로 바뀌어야 한다. 끝으로 두 번 다시 잊지 않기 위해 세월호 탑을 세우고 가슴에 새기자고 제안한다. 탑에 어린 영혼들을 새겨 넣고 기려야 하며, 살신성인한 교사와 승무원과 잠수사의 이름을 기리고 사이비 종교인 유씨 가족과 맨 먼저 도망간 선장과 선원들도 새겨서 영원히 부끄럽게 해야 한다.

우리는 세월호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온 나라가 슬퍼하고, 온 나라가 가슴을 치고, 온 나라에 노란리본이 물결치고 있다. 이 힘으로 희망의 미래로 노 저어가야 한다. 하루 속히 실종자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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