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장

제6회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향하면서 정당·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2일 총성을 울린 공식선거운동이 오늘로 7일째를 맞은 가운데 제주에서도 표밭을 일구려는 여·야 지방정당 및 출마후보들의 각축전이 뜨겁다. 오는 13일까지 남은 선거운동기간 표밭을 한 평이라도 더 일구기 위해 거리유세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수많은 지역발전 공약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면서 최고의 일꾼이라고 자처한다.

유권자들도 당당한 주권행사를 벼르고 있다. 정당·후보가 발표한 공약만 보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제주라는 공동체가 몰라볼 정도로 변할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에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또 올해 선거가 예년에 비해 지역의 현안 문제를 드러내고 그 해법이 무엇인지를 논의,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정당간의 정책대결이 진행되면서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이끌고 있다.

반면 여·야 정치권이 초래한 불신감으로 참정권 행사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아 걱정스럽다. 수학여행단 등 30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는 정치권·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증폭시켰고, 투표 기피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정당·후보들도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기피 현상을 부채질, 그 책임이 매우 크다. 선거 초반 유권자에 지지를 호소하던 정책경쟁이 공식선거운동 돌입후 상대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겨냥한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바뀌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는 탓이다. 게다가 사법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망을 피해 일부 후보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일삼는 금품·불법행위도 투표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후보·정당들이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치불신 해소의 막중한 책임은 망각한 채 당선만을 목적으로 공명선거의 발목을 잡는 등 유권자의 주권행사를 방해하는 셈이다.

주권행사를 방해하는 후보들은 6·4선거에서 발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짓 일꾼'을 가려내고 엄벌하는 유권자들의 주권행사가 필수다. 지역 일꾼을 뽑기 위해 행사할 투표권이 단순하게 주어진 권리가 아니라 국민들이 독재정권에 대항해 목숨을 걸고 얻어낸 민주항쟁의 산물이기에 더 더욱 거짓 일꾼을 퇴출시켜야 한다. 돌이켜보면 1970·1980년대의 수 많은 젊은이들이 헌법에 규정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피를 흘린 결과 1988년 대통령 직접 선거에 이어 1995년부터는 주민들이 기초·광역자치단체장을 직접 뽑는 지방선거가 전면 시행됐다.

올해로 여섯번째 시행하는 지방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우고, 제주발전의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가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참정권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최근 한 표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계산법도 등장하지만 투표권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 많은 젊음이들이 흘린 피의 댓가로 얻은 것이기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소중한 투표권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참 후보'와 '불량 후보'를 가려내는 유권자의 혜안이 중요하다. '참 후보'란 선거는 물론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을 치유하고 작게는 마을과 읍면동지역, 크게는 제주사회의 통합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지역일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후보의 겉모습만을 살피는 '육안'(肉眼)에서 벗어나 후보자를 꿰뚫어 보는 '혜안'(慧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교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육안(肉眼), 천안(天眼), 혜안(慧眼)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이와함께 가식적인 현상만을 볼 수 있는 육안과 인연·인과의 원리로 이뤄진 현상만을 파악하는 천안은 버리고, 혜안을 갖도록 권한다. 혜안은 지혜의 마음이다. 지방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으로 활짝 피기 위해서는 주권행사와 함께 좋은 후보를 지도자로 선출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주권을 포기하거나, 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육안으로만 후보를 선택하는 어리석음은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는 불행을 자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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