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편집위원

제주가 젊어졌다고 한다. 지난 6월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50대의 도지사와 교육감이 당선되면서다. 그리고 70대의 이른바 '제주판 3김'이라 불리던 전·현직 도지사들과 10년간 제주교육을 도맡았던 현직 교육감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70대의 나이와 경륜으로 축적된 폭넓은 시각과 풍부한 행정능력은 결코 젊은 나이에는 쉽게 얻어질 수 없는 장점이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변화, 추진력 등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그런 점에서 '제주가 달라지기를' 원하는 도민들의 선택이었다고 하겠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 부활된 이후 올해 꼭 20년이 됐다. 지금은 비록 '세대교체'의 당사자들이 돼버렸지만 돌이켜보면 제주의 민선시대 역시 50대 젊은 도정으로 개막됐다. 1995년 민선 첫 도지사였던 신구범 전 지사나 뒤를 이은 우근민 지사 모두 당시 50대 초반의 '젊은피'들이었다. 그리고 재임시절 제주지하수를 개발한 삼다수 상품화와 제주를 홍콩·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관광 휴양도시로 만들겠다는 국제자유도시 추진 등 창의적인 발상으로 제주발전을 견인했다. 김태환 전 지사도 첫 도백 당시 60대 초반이기는 하지만 제주발전의 새로운 성장엔진인 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1942년생 동갑내기인 이들 세사람이 이후 20년간 제주도정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기간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줄서기와 줄세우기로 '내편'이 아니면 '네편'이라는 이분법적인 편가르기를 통해 '우리'라는 제주공동체의 상실을 가져왔다.

이제 제주는 두번째 맞는 50대 젊은 도정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쩌면 '자기 사람'에 대한 냉정함이 될 수도 있다.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도정 운영에 관여하고 주도권을 갖게 되면 젊은 제주는 다시 실종될 가능성이 크다. 원희룡 당선인이 후보 시절 "선거캠프에서 자리와 권한에 집착하고 선거 후 논공행상을 논하지 말라"고 공언했던 만큼 이에 대한 강한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저 신체적 나이만 50대에 불과한 '무늬만 젊은' 도정이 될 수도 있다. 도민들은 새로운 도정이 전임 도정들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기대를 깨버리는 순간 새 도정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는 혹독한 비판을 맞게 될 것이다.

제주 교육계 역시 젊고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을 역임한 진보성향의 50대 교육감이 탄생했다. 이석문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아이들의 행복을 제1가치'로 공교육 정상화 및 고입제도 개선, 고교체제 개편, 현행 학교평가 폐지 등 다양한 교육개혁 정책들을 내놓았다. 그런데 당선인이 내놓은 정책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도 66%에 달했다. 학부모 66%는, 그리고 교육감과 함께 교육계를 이끌어야 할 교사 66%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와 '내편'만 옳다는 생각은 접어둬야 할 것이다. 공약 1순위에 대한 집착보다는 이른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교육정책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7월이면 젊어진 제주가 새롭게 출범한다. 하지만 단순히 신체적 연령인 숫자상의 젊음이 돼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과거의 '너'와 '내'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우리'의 공동체 회복이 젊은 제주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오직 '나'여야만 한다는 독단은 잘못된 길을 향한 첫걸음이다. 독단은 소통의 부재이며,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의 발전을 막는다. 나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나와 다른 생각을 포용하고 함께 미래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제주의 가치를 더 키우면서 더 큰 제주를 실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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